3월 22일부터 28일까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열렸던 인디다큐페스티발2012가 막을 내렸다. 보고 싶은 작품들이 수두룩 했는데 일정이 여의치 않아 놓친 작품들이 꽤 된다. 그래도 무리해 가면서 챙겨보고 싶었던 영화는 챙겨봤다. 태준식 감독님의 영화 <어머니>가 그렇다. <어머니>는 '전태일의 어머니', '노동자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故 이소선 여사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시작은 2011년 9월 3일, 이소선 어머니께서 영면에 드셨다는, 그 메시지로 시작한다.

코 끝이 찡하다가 결국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작년 여름이던가. 다큐멘터리 찍고 있는 미친곰 선배 덕에 우연히 감독님과 술자리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런저런 궁금한 것들을 많이 여쭙고 오붓하게 보낼 수 있었던 시간을,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낯가림으로 쭈삣거렸으면서도 그 시간이 굉장히 좋았었다. 나는 닭갈비를 구우며, 감독님과 선배가 나누는 술잔에 가끔 건배를 했다. 그때 한창 촬영 중이셨고, 그때도 어머니가 여전히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하고 계신다며, 어머니를 따라 촬영을 갈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였나. 감독님이 담아 낼, 몸도 편치 않으신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과 함께 하는 그 분의 삶이 몹시나 궁금했었다. 그리고 작년 가을, 어머니가 영면하셨다는 소식이 매스컴을 타고 들려왔을 때 끝내 완성된 영화를 보지 못하셨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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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1999년,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을 처음 읽었고 선배들과 동기들과 토론회를 했다. 잠을 못 이루고 읽어내려갔던 전태일 평전에 대한 기억은, 그리고 내게 있어 전태일이라는 사람은 '빚' 그 자체였다. 대학생이 되어 다시 읽었던 전태일 평전의 느낌도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빚'이었다. 세상은 조금 편리해지고 겉모습은 화려해졌다 뿐이지, 여전히 진통 중이다. 노동자들의 인권은 여전히 무시되기 일쑤다. 여전히 산재한 많은 노동 문제들이 있음을 안다. 연대의 힘을 알면서도, '투쟁'을 외치며 함께 싸우자 했던 나는 어느 순간 슬그머니 빠져나와 먹고 살기 바쁜, 그렇고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여전히 얼굴이 화끈거린다는 것도 고백한다.

故 이소선 여사가 기억하는 전태일 열사의 마지막 모습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 끝 부분에 담겨 있다. 온 몸이 불타면서도, 피를 토해내면서도 대답하라고 다그치던 아들을 떠올리면서 차마 더 말을 잇지 못하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울컥해졌다. 그 심정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수 십년을 되새겼을 그 날의 기억, 어머니는 몸이 가루가 되더라도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 다짐했다. 그런 삶이었다. 행동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신 분이셨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인권을, 사람들의 연대를 외치셨다. 데모를 하다가 잡혀가면, '모두 어머니가 시켜서 한 일이다, 나는 모른다'라고 대답하도록 먼저 가르쳤다던 어머니. 혼자 모든 것을 짊어졌던 그 시간동안 어머니는 좀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셨다. 태어났을 때, 너무 작아 아버지가 이름을 '소선'이라 지어주었다면서. 그런데도 그때부터 자신은 통이 컸었나 보다라고 이야기하는 어머니는 작지만 누구보다 올곧고 강한 분이셨다. 아들 전태일을 가슴에 묻었지만, 대신 긴 시간 수많은 전태일들과 함께 하셨다. 그런 어머니를 사람들은 모두 '어머니'라고 불렀다. 

태준식 감독님이 담아낸 영상 속 어머니는 투사의 모습보다 인간 이소선의 모습이었다. 어머니의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 보는 재미도 있었고, 마주 앉아 옛날 이야기 들려주시듯 말씀 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네 이웃집 할머니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카메라를 보며 괜찮냐며 머리 모양을 매만지고, 방에 앉아 숟가락으로 멜론을 떠먹고, 전태일 열사의 묘에서 아틀 전태삼씨와 투닥거리고, 카메라에 나오면 안된다며 몸을 돌려 담배를 태우시는 모습도 더없이 인간적이다. 왼손에 힘이 없어 손톱깎이에 힘을 주지 못하자 카메라를 내려놓고 어머니를 도와 드리는 감독님이 절로 이해가 되기도 한다. 

4월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어머니>가 많은 관객들과 만났으면 좋겠다. 작정하고 눈물 빼겠다는 영화가 아니다. 전태일 열사를, 이소선 여사를 잘 몰라도 괜찮다. 어머니의 소소한 일상을 구경하다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저릿해진다. 내가 그랬듯, 어머니를 만나게 될 많은 관객들도 그리 느꼈으면 좋겠다.


1. 영화 끝에는 하와이의 노래 '엄마'가 흐른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와 연극 <안녕, 엄마>에서 이소선 여사를 연기한 배우 홍승이씨가 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 가사가 가슴에 와서 탁, 하고 박힌다. "만약 우리가 같은 나이라면 아마 가장 친한 친구가 됐을 거라 믿어요. 의심치 않아"    

2. <어머니>의 개봉소식과 상영정보, 제작일지 등은 공식블로그에서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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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머니

    Tracked from 인디플러그 2012/05/02 14:33

    고맙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올곧은 당신,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 창신동. 좁은 골목들 사이로 사람들이 살아간다. 그 곳에 한 할머니가 있다. 작은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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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iuwe.co.kr BlogIcon 아유위 2012/03/29 08:54

    오늘만...오늘만..버티면 불금이 돌아옵니다.ㅎㅎ
    밤부터 비가 온다니 늦게 다니시는분들은 꼭 우산챙기세요.
    즐거운 하루 되시구요~

  2. Favicon of http://blog.naver.com/docusosun BlogIcon 어머니 2012/03/29 16:00

    안녕하세요! 소중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ㅜㅜ 블로그 링크까지 걸어주시고 ㅠㅠ 감사합니다.
    개봉을 앞둔 <어머니>. 많은 분들이 어머니를 만나고, 어머니의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영화 <어머니>에 많은 관심과 사랑, 응원 부탁드립니다!

  3. Favicon of http://sinnanjyou.tistory.com BlogIcon 제이유 2012/04/04 06:48

    이런 멋진 영화는 중, 고등학교에서 그냥 틀어줬음 좋겠어요.
    사회시간에 글로 배우는 공부보다 더 잔잔하게 마음에 와닿을텐데요.

    • Favicon of http://hwanyou.net BlogIcon 환유 2012/04/04 11:01

      중, 고등학생들이 단체관람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왕이면 유료로!! ^^ 일단 힘들게 찍었으니 극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만났으면 좋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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