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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2/26 [원숭이와 게의 전쟁] 통쾌한 복수극을 기대하게 해놓고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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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아세요? 벚꽃의 꽃말이 '중간고사'래요."
변덕스러운 봄날씨에도 만개한 벚꽃이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할 즈음이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는 학생들에겐 가장 괴로운 시기라고, 중간고사만 끝나면 원없이 벚꽃놀이 갈꺼라며 지나가던 한 무리의 학생들이 투덜댄다. 똑같은 교정에서 똑같이 투덜대던 몇 년전의 내 모습이 오버랩되던 순간이었다.
내 옆을 지나쳐간 학생들 무리는 저마다 손에 커피 한 잔씩 들고 도서관 열람실로 향한다. 배가 고프니 밥은 먹어야 겠고, 몰려오는 졸음을 깨우려면 커피는 마셔야 겠고, 이런 멋진 날씨라면 하루 종일 수다를 떨어도 모자랄 것 같지만 그래도 최소한 시험에 대한 예의는 갖추기로한 모양이다. 꾸벅꾸벅 졸더라도, 좀이 쑤시더라도 책상 앞에 앉아 펼쳐놓은 책은 들여다 봐야 마음이 편해진다는 거겠지. 아마도 입에서 절로 이런 말이 나올거다. '아이고, 시험이 뭐길래. 공부가 다 뭐길래.'
시험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는 학생들 속에서 잠깐의 시간을 내어 책을 꺼낸다. '호모 아카데미쿠스'라. 말하자면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공부하는 인간이라는 표현이다! 학교를 졸업한다는 건 '교육과정'이 끝났다 뿐이지 사실 알고 보면 사람의 인생에서 '공부'라는 건 빼놓을 수 없는 단어 임엔 분명하다. 단순하게 교과서적 지식의 주입 말고도, 인간은 모르는 무언가를 '항상 배우는' 존재라는 것! 그런 점에서 '공부하는 인간'이라는 표현은 꽤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이 책 <공부하는 인간>은 인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 것, 바로 '공부'를 사회의 사상과 문화가 반영된 '역사적 산물', '자산의 관점'으로 보는 시각에서 출발했다.
유대인들은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기적적인 성취를 이루며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왜 하필 수많은 민족들 중 유대인들이 공부에 있어서 돋보적인 업적을 보이고 있는가?' 라는 단순한 문제제기에서 이 엄청난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문화권마다 공부는 어떻게 정의되고 있고, 공부의 목적을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등. 그야말로 '공부하는 인간'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대치동 학원가는 물론 유럽 명문대학부터 중국 오지의 산간마을까지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공부하는 인간'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의 치열한 공부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아 다큐멘터리로 옮겼다.
가장 먼저 이 책을 받아들고 습관적으로 목차부터 찾아 읽으니, 한 눈에 책의 흐름이 읽혀진다. 목차만 보고도 흥미를 느껴보는 거, 간만이다. 이 책의 내용을 딱 한 문장으로 정리하라면 part 4의 제목이기도 한 '인류 문명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문화 코드, 공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공부의 개념을 그 사회의 문화나 역사, 생활방식이 반영된 문화/역사적 산물이라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시각은 신선했다고 할까. 결국 비슷한 논리로 귀결되겠지만, 어떤 문화권에서 공부는 '신분 상승의 도구'이며, 어떤 문화권에서 공부는 '생존 전략'이고, 어떤 문화권에서 공부는 곧 '미래에 대한 보험'이기도 하다.
'체면'을 중시하는 동양의 문화가 동양인의 학습 의욕과 교육열과도 연결된다고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동기부여가 되는 피드백의 유형이 긍정적인가 아니면 부정적인가 하는 것이 동양인과 서양인의 서로 다른 특성 때문일 수 있다고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사실 이런 차이를 이해한다면 동서양의 교육법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쉽게 와닿는다. 어찌보면 편견에 지나지 않은 좁은 시각이었지만, 아프리카에도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높다는 것도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점 중의 하나다. 여러 다른 문화권을 통해 들여다 본 '공부'가 인간의 삶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지,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어 버린 공부의 진짜 의미를 한 번은 곱씹어 보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이 책의 말미에 어느 노교수는 공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공부의 끝이 어디 있겠습니까? 살다 보니 늙는 것이고, 공부하다 보니 또 늙는 것이지요. 공부는 죽기 전까지 하는 것입니다. 정신이 허락하는 한 공부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늘 새로운 지식이 존재하고 인간은 늘 새로운 의문이 생기기 때문에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결코 공부의 끝이란 없습니다."
그러게 말이다. 공부 그 자체를 즐기는 것, 그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뒤돌아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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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누군가가 내게 날카롭게 충고 해주기를 기다렸으면서도, 그런 충고 쯤은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얼굴이 붉어질 때가 종종 있다. 아무리 감추려해도 당황스러움이 얼굴에서부터 잔뜩 묻어나는 순간들. 그래, 나도 사람이니까. 정확히 말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는 건, 스스로가 생각하고 있던 나의 문제를 타인의 말을 통해 재확인하게 됨으로서 느끼는 당황스러움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지난 몇 달 동안 종종 느끼던 그 화끈거림을 잊고 지냈다가 우연히 이 책의 어느 한 구절에서 다시 느꼈다. '그대는 그대의 삶, 그대로를 살아라.'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 문장이 뭐라고.
요즘 이래저래 되는 일이 없다고 느낄 때마다 저절로 농담 같은 진담인지, 진담 같은 농담인지가 툭 튀어나온다. '역시 이번 생은 망했나봐.' 아마도 하워드 교수가 이 농담을 듣는 다면 혀를 끌끌 찰까, 아니면 그런 사고방식으로는 그 다음 생도 역시 망할 걸세, 라고 농담으로 받아칠까.
어느 날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하워드 교수에게, 제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에릭 시노웨이가 묻는다. "쓰러지셨을 때 아무런 후회도 들지 않으셨어요? ...살아난다면 이런 것들은 완전히 바꿔서 살아봐야지 하는 것들 말이에요." 에릭의 질문에 후회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하워드의 대답이 돌아왔다. 내 뜻대로 삶을 살았고, 바라던 것보다 많은 일들을 이뤘지 않느냐고. 저승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하워드의 대답은 이리도 쿨한데, 찜찜한 뭔가가 계속 남아 에릭을 초조하게 만든다. 그리고 에릭은 곧 깨닫는다. 그 날 하루 생사의 기로를 오간 것은 분명 하워드였지만, 정작 삶에 대해 엄청난 후회를 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었음을. 그리고 하워드와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그러니까 이 책 <하워드의 선물>을 집필하기로 결심한다.
누구나 살면서 겪게 되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가끔은 삐걱거리기도 하고, 가끔은 완전히 나자빠지기도 하는 그런 순간들. 지금 걸려 넘어진 그 자리가 당신의 전환점이라고 하워드는 말한다.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처음이기에, 세상은 전환점이라는 선물을 숨겨놨어. 그걸 기회로 만들면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있다네."라고. 눈물나게 위로가 되는 말이다. 하워드는 덧붙인다. 다만 사람들이 그 '전환점'을 못 보고 지나쳐서 문제라는 이야기도. 수많은 변화의 순간들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환점'이라는 건 기회 그 자체라는 달콤함도 있지만 절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매정함도 있으니.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길을 계속 가고 싶은가, 아니면 이쯤에서 방향을 바꿔야 할 것인가,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되물어 볼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내가 지금 전환점에 서 있는게 맞긴 한 건지, 전환점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건지 조차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워드를 만나보길 권한다. 가본 적 없는 하버드 캠퍼스를 함께 거닐며 가슴 속 한 켠에 잔물결이 이는 경험을 당신도 해봤으면 좋겠다. 삶에 정답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스스로에게 후회스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는 -그것이 곧 자신이 생각하는 삶의 정답이지 않을까- 누군가의 경험 섞인 조언과 통찰이 이렇게 위로가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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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을 비난하는 말에 두 가지가 있다고 가르쳐준 사람은 혼다씨였다.
나이프의 말.
십자가의 말.
"이 두가지가 어떻게 다른 지 알아?"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하기 얼마 전에 그녀는 그렇게 물었다. 그때 나는 열여덟 살이었고 그녀는 서른 살이었다. 대답을 못 하고 가만히 앉아 있자, 그녀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뿐, 마음속으로는 이미 알고 있을 거야. 나이프의 말은 가슴에 박히지."
"예......"
"당연히 굉장히 아파. 쉽게 일어나지 못하거나 그대로 치명상이 되는 일도 있어. 하지만......"
그녀는 잠시 말을 끊고 나서 다시 이었다.
"나이프의 말에서 가장 아플 때는 찔린 순간이야."
그러나 십자가의 말은 다르다고 했다.
"십자가의 말은 평생 등에 져야 하는 말이지. 그 말을 등에 진 채 계속 걸어가야 해. 아무리 무거워도 내려놓을 수 없고 발길을 멈출 수도 없어. 걷고 있는 한, 즉 살아있는 한 계속 그 말을 등에 지고 있어야 하는 거야."
어느 쪽이 더 낫냐고 묻지는 않았다. 물었다고 해도 대답할 수 없었으리라. 그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그 대신 그녀는 이렇게 물었다.
"어느 쪽이야? 넌 나이프로 찔렸어? 아니면 십자가를 등에 졌어?"
나는 입을 다문 채 대꾸하지 못했다. 잠시 나를 쳐다보고 나서 그녀가 말했다.
"그래, 빙고."
74~75p.
1. 정신없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며칠을 덩그러니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책이 한 권 있었다. 밤 늦은 시간까지 모니터를 보며 정신없이 일을 하던 중에, 하늘색 표지의 그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읽고 싶었던 책을 손에 들었는데도 제대로 펴볼 시간도 없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그 자리에서 그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 대뜸 시간이 얼마나 흘렀나 확인했을 때, 책은 어느새 절반을 넘기고 있었다.
2. 한 친구가 자살을 했다. 후지이 슌스케, 후지슌. 반에서 불량 학생들에게, 그리고 그들에게 또 다른 '제물'이 되지 않으려 더 적극적으로 나서던 반의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만만해 뵈는, 소심하고 얌전한 동급생이라는 이유였다.
3. 후지슌이 남긴 유서에 씌여져 있던 이름은 넷. 그중 하나가 주인공 사나다 유의 이름이었다. 나의 절친이 되어주어 고맙다는, 유 짱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길 바란다는 후지슌. 사나다 유는 생각한다. 내가 녀석과 절친이었나. 초등학교 때에는 종종 같이 놀기는 했지만, 절친이라고 할 만큼 깊은 관계였었나. 그런 친구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 '왜 그랬냐'고 후지슌에게 되물어볼 수도 없는 유서에 왜 자신을 '절친'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남긴 것인지 사나다 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4. 후지슌이 남긴 유서에는 나카가와 사유리의 이름도 있었다. 같은 반도 아닌 후지슌이 사유리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열 네번째 생일 축하한다는 인사였다. 사유리는 고맙다고는 대꾸했지만, 선물을 주고 싶으니 지금 집 앞에 가도 되냐는 후지슌의 말에 안된다며 거절을 했다. 그랬던 후지슌은 자신에게 보내는 생일 선물을 택배로 보내고 집에 돌아와 목을 매었다. 유서에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는, 생일 축하한다는, 늘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적어놓고.
5. 사랑하는 아들이 죽었다. 열 네살,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한 아들이 집 마당의 감나무에 목을 맸다. 자신을 집요하게 괴롭힌 두 녀석의 이름을 유서에 적으며 아들은 그들에게 영원히 용서할 수 없다고 썼다. 아들의 절규는 아비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냈다. 아들은 부모인 자신들이 걱정할까봐 왕따 당하는 것을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아들의 괴로움을 눈치채지 못한 미안함. 그때 아들을 위해 아비가 할 수 있는 건, 감나무에 매달린 아들의 시신을 조용히 끌어안는 일 밖에 없었다. 아들을 집요하게 괴롭힌 두 녀석이나, 그런 괴롭힘을 묵인했던 반 아이들이나, 아들의 절친이었다면서 끝내 아들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던 친구 녀석도 절대로 용서 할 수가 없다.
6. 책은 후지슌의 자살 이후로 때로는 고뇌하고 때로는 좌절하고 상처를 받으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 그들의 20년 간의 이야기다. 자신도 모르게 후지슌의 절친이 된 사나다 유, 일방적으로 자신을 좋아한 후지슌의 마음을 거절했던 사유리, 아들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후지슌의 아버지,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어머니 곁에서 형의 빈자리를 채울 수 밖에 없었던 후지슌의 동생 겐스케.. 그날 부터 그들이 등에 짊어지고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십자가'에 대한 이야기다. 고뇌하고 좌절하고 상처받으며 성숙하기 전까지는 끝내 그 십자가가 주는 삶의 무게를 버텨낼 힘 조차 키우지 못했을 두 친구에게 말이다. 네 곁에 있었던 그 친구도 너와 같은 나이에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운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던 것을 기억하느냐면서.
7. 왜 나를 절친이라 말했는지 의문스러워하던 사나다 유는 절친을 떠나 후지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남겨진 그의 가족을 대하는 것도 사나다 유에겐 괴로운 일이다. 평생을 등에 업고 살아가야 하는 이 십자가의 무게가 때로는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왜 하필 나야. 나도 피해자인데. 죄책감은 죄책감이지만, 그래. 분노 역시 분노다.
8. 시간은 흐른다. 영원히 초등학생 시절의 얼굴로 불단에 머물러 있는 열 네살의 중학생 후지슌과 달리 사나다 유와 사유리는 다른 동급생들처럼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도쿄의 대학에도 진학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두게 된 사나다 유는 어느 날, 아이가 공책에 어떤 친구를 '절친'이라고 적은 것을 본다. 사실 그 애는 절친이 아니라 아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 이유를 알게 된 사나다유는 아들의 모습에서 마음 속에 묻어둔 후지슌을 보게 된다. 자신에게 '유짱' 이라 부르며 말을 걸 때의 후지슌의 얼굴을. 눈이 부신듯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그 얼굴을. 묻고 싶었다. "너도 그랬던 거니...?"
9. "인간은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울 때 절망할까? 아니면 죽고 싶은만큼 괴로운데,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을 때 절망할까?"_270p.
10.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가 해줄 수 있는 것.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따뜻한 관심. 그게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풀어나가야 하는 '관계'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겠지.
11. 책을 덮으면서 나는 뭐랄까. 서른 네 살이 된 사나다 유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 그동안 참 힘들었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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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입니다. 짧은 2월이 후다닥 지나간 느낌입니다.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책에서 손을 떼지는 않고 있어요. 독서가 더디고 리뷰가 더디어 지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 제 맘대로 골랐던 책 다섯 권 중 <해피 패밀리>는 읽고 있는 중이고, 신간평가단 도서로도 뽑힌 <끝까지 연기하라>도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골랐던 책은 아니지만 <프라하의 묘지>도 곧 읽게 될 거구요. 적어도 제가 페이퍼에 추천했던 책은 꼭 읽고 넘어가자는 게 올해 목표이긴 합니다.^^ 사실 소설만 읽는게 아니라 그 외 분야의 책도 읽고 있어서 아직 달성율이 조금 저조하긴 한데, 올해 연말엔 뿌듯한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도 책 다섯 권을 골랐습니다.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두 거물, 다 빈치와 마키아벨리가 한 팀이 되어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한다면? 진짜 구미가 당기게 만드는 상상력입니다. 이 한 문장에 기대치가 완전 급격히 상승했어요. 탄탄한 역사적 고증과 더불어 긴박감 넘치는 사건 전개라. 다시는 출판사의 선전 문구에 혹하지 않겠다 다짐을 했건만, 그래요. 쉽게 낚여드리겠습니다. 허허. 2월에 출간된 소설 중 제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책 입니다.
얼마 전 팟캐스트 빨간책방 관련 리뷰를 쓰면서 알게 된 책인데요. 시게마츠 기요시 작가의 소설 <십자가>입니다. 텔레비젼 다큐멘터리에서 왕따로 고통받다가 자살한 학생의 아버지가 인터뷰하는 것을 보고 이 책을 썼다고 하죠.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2주 만에 써내려간 작품이라고요. 여전히 사회적 이슈로 남아있는 학교폭력과 왕따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비단 청소년 문학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왕따로 자살한 친구, 그리고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남겨진 친구들, 아들의 자살이라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부모와 그 일로 부모를 잃어버리게 된 동생. 이제 조심스레 그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간만에 마음을 울리는 작품이 될 것 같다는 기대 약간.
반가운 북유럽 소설이군요. 제목은 <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 사실적인 사회 현실 묘사와 더불어 그 사회 속에서 작고 어린 소년이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거대한 법과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 뭐 이 정도 소개글이어도 충분히 궁금증을 유발했어요. 북유럽 소설들은 잘 모르는데도 접한 책들이 거의 추리/미스터리 소설들이 많았거든요. 북유럽 특유의 쓸쓸한 정서가 녹아들어 있는 성장 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아참. 모험 소설이기도 하다고요.
이번엔 작품집이군요. 사실 미미여사님 작품은 늦게 접하게 되면서 초기작보다는 최근작들부터 우선적으로 많이 읽고 있는데, 사실 이거 너무 거품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종종 했거든요. 이번엔 장편 말고 단편에서도 미미여사님의 진가를 제대로 맛보고 싶다는 생각에 추천해봅니다. '믿고 추천하는 미미여사 작품' 정도가 추천 이유가 될 것 같아요. 일단 어떤지는 저도 좀 읽어보고요.
어이구야. 연애 말살 소설이라는 표현. 강하고 낯선 표현이 당황스럽긴 합니다. 이 책 소개글을 읽다보니 <OUT> 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먼저 발표되었나 봅니다. 기리노 나쓰오 작가의 작품도 처음인데요. 사실 장르문학과는 조금 친하지 않아서 어떤 내용인가 했는데 이번 <IN>은 장르 소설이라기 보단 순문학에 가깝다고 하네요. 원래 이 작가의 미스터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끔찍함을 넘어서 불쾌감을 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하다는데, 이번에는 잔혹하지도 그로테스크 하지도 않은 소설을 선보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기리노 나쓰오 작가를 익히 알고 있던 사람이라면 작가의 변화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저처럼 처음인 사람은 독특한 '연애 말살'이라는 컨셉과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사랑의 설레임이 조금 더 어울릴 것 같은 3월에 사랑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 연인들의 가슴 속에 남은 스산한 심리를 담은 소설이라. 뭐 나쁘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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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랑
2013/03/15 17:20
이번 3월에도 흥미로운 소설들이 많이 출간되나 보네요. 책 소개를 읽어보니, 역시 소설에는 작가의 상상력이 필력만큼이나 중요한 것 같네요. 모두다 기발하고 흥미로운 소재들로 쓰인 소설 같아요. 한 권씩 한 권씩 차근차근 읽어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어요.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다 ^^ 좋은 하루 보내세요!
청년의 피가 들끓었던(!) 대학생 때부터 줄곧 좋아하던 민중가요가 하나 있다. '청년' 이라는 곡이다. '채우기 위해 비울 수 있는 그런 용기를 가진 그대, 푸르디 푸른 이 땅의 청년이여.' 로 끝나는 노래의 마지막은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가사도, 멜로디도 좋아 흥얼거릴 그 당시만 해도 '채우기 위해 비울 수 있는 용기'를 머리로만 받아들였었지. 이 책의 에필로그를 다 읽기도 전에 문득 그 노래 생각이 났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만큼, 되고 싶은 것이 많았던 만큼 욕심을 많이도 부렸었더랬다. 그리고 그 때는 그래도 되는 거라 생각했었고, '도전'과 '열정' 이라는 단어는 그 모든 것을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었다. 몸이 내게 적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했을 때 고작 작은 것 하나에 흔들리는 자신이 싫어서 외면했던 결과는 엄청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많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열심히 달려온 결과는 너무도 냉정했다. '멈춤' 이었다.
내가 하면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오만, 한 번 맺어진 관계는 안고 가는 게 미덕이라 생각했던 착각, 조금 더 젊었을 때 많은 것들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던 강박. 내 안에 혼란스럽게 섞여 있던 그런 것들을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하면서 '채우기 위해 비울 수 있는 용기'라는 말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조금 천천히 살자, 우리. 가볍게"
언젠가 친구에게 그런 말을 했더니 친구가 웃었다. 너 답지 않다는 뉘앙스가 풍기는 웃음이었다. 말 그대로 정신줄 붙잡고 살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뒤처지는 세상이라 그렇지, 누군들 원해서 '쫓기는 삶'을 살고 싶을까. 그렇다고 아파보니 그렇더라며 사람들에게 슬로우 라이프, 비움의 미덕을 외치는 전도사가 되고 싶진 않다. 대신 그런 말은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치열하게 살다가 가끔은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아 보는 것도 괜찮더라는 것. 그래서 잠시 멈추어 가든지, 속도를 줄여보든지 그건 그 다음 개인의 몫으로 남겨둘 일이지만.
<사랑을 배우다>라는 책으로 만났던 무무가 <오늘, 뺄셈>이라는 책으로 다시 찾아왔다. 전작에 비하면 <오늘, 뺄셈>은 조금 더 편하고 담담하게 읽힌다. 여기서 만난 47편의 이야기들은 '뺄셈', '비우는 것'에 대한 미덕을 담고 있다. 가볍게 읽을 책을 찾아 가방에 넣고 나섰다가 한 꼭지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이어져 나왔었다. '뺄셈 철학은 우리 삶의 무거운 짐을 덜어내는 출발점이다'라는 문장에서 참 오래 시선을 두었더랬다. 더하기 인생에 익숙해진 까닭에 삶의 욕망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져 진짜 '나'의 모습이 까마득해지는 사람이라면 잠깐 '뺄셈' 철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47편의 이야기들 속에서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불현듯 어떤 맥락에서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익숙한 것들을 갑자기 내려놓는 일은 상상 외로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영혼의 건강을 위해서는 아프더라도 잠시 덜어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덜어두었던 아픔을 나중에 다시 살펴보면 그것이 곧 '결핍'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을 인정하면 우리의 삶은 또 한걸음 성장을 향해 내딛는다._122p.
모든 일에는 그것의 반대편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다. 세상의 모든 오르막이 내리막을 품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과거와 현재가 맞닿아 있다. 온갖 고난과 좌절의 시간을 품에 안고 내려놓지 못한다면 지금 이 순간의 삶 역시 고난과 좌절로 얼룩질 것이다. 지나간 불행을 오늘의 의미 있는 경험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딛고 서 있는 곳이 땅인지 강인지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_1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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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된 책 <원숭이와 게의 전쟁>에 대한 리뷰를 할 차례다. 신간평가단 활동 중 하나는 전 월에 발간된 신간 도서들을 소개하는 페이퍼를 작성하는 것이다. 내가 지원했던 파트는 소설분야. 매월 초, 전 월에 발간된 신간 도서들 목록을 훑는다. 신간 도서를 소개하는 페이퍼 작성은 개인 취향에 달려 있으니 특별히 애정하는 작가가 있거나 기대하는 작품이 있는 경우라면 거의 무조건 리스트 업 하는 편이고, 그 밖에도 읽고 싶은 책들을 고르는 작업을 한다.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데는 아무래도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 소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출간 되자마자 읽은 책이라면 페이퍼를 작성할 때 감상을 곁들여 소개하니 수월한 편이고, 아직 읽지 않았지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면 소개하는 나도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 소개에 전적으로 의지를 하는 편이다. "착한 사람이 손해 보는 세상이어서는 안 돼!" 라는 한 줄 문장이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건 분명했다. 아쉽게도 페이퍼에 담길 책 목록에선 다른 책에 밀리긴 했지만.
이번에 도착한 책의 제목이 뭐냐고 묻길래 말해주었더니 '원숭이와 개의 전쟁' 이냐 묻는다. '견원지간'을 생각했나 보다. 그러게. 낯설지만 제목은 <원숭이와 게의 전쟁>이 맞다. 일본 고전 민화에서 가져온 제목이란다. 교활한 원숭이가 어미 게를 속이고 재산을 갈취한 후에 게를 죽여버린다. 증오심이 가득찬 새끼 게들이 계약을 꾸며 원숭이에게 복수한다. 힘 없는 약한 자들이 힘을 합쳐 강한 자와 맞선다는 고전 민화의 뼈대를 소설로 그대로 가져왔다. 요시다 슈이치는 저마다 사연을 가진 여덟 명의 사람들을 내세운다. 갓난 아이를 데리고 상경한 호스티스 미쓰키, 뺑소니 사건을 목격한 바텐더 준페이, 영 못나가는 호스트 도모키,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나토, 정치가의 비서를 꿈꾸던 여자 유코, 무고한 죄를 뒤집어쓴 아버지를 둔 미대생 도모카, 한국 술집의 마담 미키, 시골에서 혼자 사는 90대 할머니 사와.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인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사회에서 소위 '약자'라 불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 쉽게 추측이 가능한 시나리오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강자'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맞서기 위해 서로 돕게 되었는지의 과정은 소설이 노리고 있었던(!) 재미의 포인트다.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사람들이 서로 얽히게 되는 모습은 교활한 원숭이에 맞서는 새끼 게들의 모습을 연상시키지 않는가.
그랬던 준페이가 우연히 정치판에 뛰어들게 되는 과정이 이어진다. 그것을 계기로 사람들이 한데 모이게 되고. 그러나 이런 황당한 귀결이 마음에 드네 안 드네 이야기를 하기 전에, 사람들이 제각기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에 희열을 느끼기 전에, 애초에 기대했던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기대 이하로 심심하다. 이 복수극은 통쾌하다기 보다 잔잔하다. 이 새끼 '게'들의 해피엔딩이 결코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산만한 인물 관계에서도 공감할 만한 캐릭터의 부재,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설득력 없는 엉성한 이야기 전개는 무엇보다 '재미가 없다'라는 야박한 평을 내리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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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 주소 좀 알려주세요. 나도 고민 상담 편지 좀 보내게요."
짧은 설 연휴의 시작을 앞둔 금요일 오후였던가. 침대에 누워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읽고 싶었던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신작. 그런데 그동안의 히가시노 게이고 스타일과는 많이 다르다고 했던 책, 일단 만만치 않은 두께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절반도 채 읽지 않았던 시점에서 나는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었다. "나미야 잡화점 주소 좀 알려주세요. 나도 고민 상담 편지 좀 보내게요." 인생의 지도에서 길을 잃었을 때, 내가 보낸 편지에도 답장을 해줄건가요?
그리고 4시간 동안 꼬박 같은 자리에서 한 번도 엉덩이를 떼지 않고 책을 읽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원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다는, 도저히 중간에 멈출 수 없었다던 옮긴이 양윤옥씨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였다. 맞다. 그동안의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보여주었던 스타일과는 조금 다르다. 미스터리한 어떤 '사건'을 다루기는 하지만 살인 사건도, 사건을 해결하는 민완형사도 없다. 제목에 들어있는 '기적'이라는 단어가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와 어울리는 말이던가, '기적'이라는 단어의 뉘앙스 때문에 내용 마저 오글거리면 어쩌나 하는 우려는 잊혀진지 오래였다. 범인을 밝히기 위한 추리보다 책 전반에 걸쳐 묘하게 꼬여 있는 인물들과 사건들 속에서 마치 퍼즐을 맞춰가듯 하나로 연결되는 '관계'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과장이 아니고, 책장을 덮을 때까지 묘하게 훈훈해지는 감동의 맛이 있었다.
얼떨결에 고민 상담 편지를 보게 된 세 사람은 우편함으로 날아든 고민 상담 편지가 과거에서 날아온 것이라는 사실에 당혹스러워 하지만, 이내 편지 내용에 이끌려 답장을 해주기 시작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시간은 외부와 시간과 다르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제 앞가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미숙한 세 명의 청년 백수가 사람들이 보내는 고민 상담 편지에 답장을 해준다는 사실이 더 놀랍지 않은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해도 되나 싶을만큼 제대로 '돌직구' 스타일의 답장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아니, 몇 마디만 써 보내도 그쪽은 느낌이 크게 다를 거야. 내 얘기를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주 있었잖아? 이 사람도 자기 얘기를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거야. 별로 대단한 충고는 못해주더라도, 당신이 힘들어한다는 건 충분히 알겠다. 어떻든 열심히 살아달라, 그런 대답만 해줘도 틀림없이 조금쯤 마음이 편안해질 거라고."_31~32p.
책은 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장마다 애틋하고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시공을 초월한 고민상담 편지를 주고 받는다는 판타지적 설정도 흥미롭기는 하나 사람들 간의 다양한 사연들이 묘하게 얽혀 있다는 구성에서 주는 재미가 더하다. 뚜렷한 삶의 계획도 없이 우울한 날들을 겨우 살아내고 있는 아쓰야, 고헤이, 쇼타는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고민 상담 편지에 답장을 해주면서 고민을 털어놓았던 사람들의 앞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기고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30여년 전,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나미야 유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_167p.
"인간의 마음 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_159p.
나미야 유지에겐 상담에 대한 많은 지식도, 노련한 상담 스킬도 없었다. 평생을 잡화점 주인으로 살아온 그에게 사람들이 장난처럼 고민상담을 시작했고 누군가가 꽤 진지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나미야 유지는 진심으로 함께 고민해주었고 조언을 건네주었다. 혼자 끙끙 앓는다고 해서 결코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들, 더 넓은 혜안이 필요한 고민들, 가끔은 내가 내린 답이 맞는지 누군가에게 확인하고 싶은 고민들. 그 고민들은 나미야 유지의 편지를 통해 때로는 약으로, 때로는 위로로, 때로는 따끔한 일침이 되어 돌아왔다. 어쩌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삭막한 이 세상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판타지적 공간을 빌어 독자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진심으로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줄 줄 알았던 그 따스한 마음에 대한 것 아니었을까. '나미야 잡화점'으로부터 위로를 받았던 이들의 기막힌 우연은 직접 읽으면서 확인할 것. 히가시노 게이고가 자랑하는 치밀한 이야기 구성 속에서 노닐다보면 어느샌가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에 슬며시 미소짓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
"이 사람이 감사하는 대상은 바로 우리야. 우리한테 고맙다고 편지를 보내준 거야. 우리 같은 놈들한테, 쭉정이 백수인 우리한테..."_444p.
지금 선택한 길이 올바른 것인지 누군가에게 간절히 묻고 싶을 때가 있다. 고민이 깊어지면 그런 내 얘기를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울 것 같다. 어딘가에 정말로 나미야 잡화점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밤새 써 보낼 고민 편지가 있는데, 라고 헛된 상상을 하면서 혼자 웃었다. 어쩌면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 너무도 귀하고 그리워서 불현듯 흘리는 눈물 한 방울에 비로소 눈앞이 환히 트이는 것인지도 모른다._454p.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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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손이
2013/02/19 10:00
백수 청년들에게 공감이 되는데요..아마도 사춘기 뇌를 가지고 있을 듯 하고^^
우울한 자신의 모습을 그 편지들을 통해서 들여다 봤을 거 같아요.
아프고 슬픈 사람이 나만 있는 건 아니구나..했을지도 모르고.
그 편지가 저기 밑에 영화 리뷰 써 놓으신 것 처럼..그들에게 고양이 역할을 한 거 같기도 하구요.
편지를 써 주다가 감정선이 열렸을 거 같기도 하고.
흠, 이 책 꼭 읽어봐야겠어요^^-
멋쟁이 환유
2013/02/19 10:53
맞아요.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구나, 라는 것.
많이 배우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저자는 세 명의 백수 청년을 통해 독자에게 얘기하고 싶었던 거지요. ^^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어서 추천 왕창 하고 싶어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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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와 시원이가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는 표지 사진을 보고 있자니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뜨거웠던 여름날의 추억이 훅 하고 밀려온다. 그래봐야 작년 여름. 그 시간들을 '추억'이라 부르기엔 좀 가벼운 맛이 있기도 하다. 화려했던 1997년, 그 시절의 '추억'에 비하면 말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를 동명의 소설 <응답하라 1997>로 다시 만났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본 드라마나 영화를 소설로 다시 접하는 경우는 드물다. 너무 재미있게 혹은 너무 감동적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봤기 때문에 소설로 다시 만나려는 것인데 실망하게 된 적이 적잖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면서 드라마나 영화로 각색을 하는 경우가 많기도 했고,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드러나지 않는 인물들의 심리묘사를 기대했건만 단순 상황 나열, 대사 나열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도 했고. 소설 <응답하라 1997> 역시 그런 우려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작년, 뜨거웠던 여름을 더 뜨겁게 해주었던 이 드라마에 대해 좋았던 기억에 혹여라도 흠집이 날까 하는 우려를 잔뜩 안고 일단은 페이지를 넘겼다.
2012년 6월. 서른 둘이 된 부산 광안고 38회 동창생들의 모임이 이루어지는 어느 호프집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희한하게도 텍스트를 읽고 있는데 머리 속으로는 익숙한 영상이 지나간다. 정말 간만에 다 모인 친구들과 투닥투닥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1997년 화려했던 열여덟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나 역시도 시원이와 윤제와 준희와 학찬이와 유정이와 성재가 함께 있던 1997년 부산 광안고의 교실로 돌아간 듯 했다. 드라마에서 그랬던 것 처럼 동창회가 벌어지는 2012년 현재와 1997년의 학창시절이 교차로 펼쳐지는데, 소설에서는 현재 벌어지는 '동창회' 장면을 #1는 시원, #2는 태웅, #3은 윤제, #4와 #5는 준희, #6은 시원의 시각에서 그려냈다. 이제는 동창회에서 결혼을 발표하는 한 커플이 누구인지도, 시원이 끼고 있는 반지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다시 넘겨보고 있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쫄깃한 궁금증은 여전하다.
둘도 없는 소꿉친구로 자란 시원과 윤제. 허물없이 자라던 두 사람의 관계는 윤제가 시원을 향해 소꿉친구 이상의 감정을 갖기 시작한 때 부터이다. 남자가 되어버린 소년이 아직 덜 자란 천방지축 소녀를 향해 갖게 된 첫사랑과 짝사랑의 애틋함. 게다가 사고로 부모를 잃은 윤제가 세상에서 의지할 수 있는 가장 든든하고 멋진 형 태웅마저 시원을 좋아한다. 삼각관계도 너무 잔인한 삼각관계다. 아니다. 아직 덜 자란 천방지축 소녀는 윤제, 태웅 형제가 자기를 좋아하는지 모르고 H.O.T 토니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계속하고 있으니 이것 또한 애매한 사각관계라고 해야 하는 것인가.
'응답하라 1997'이 케이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전국적인 '응칠 열풍'을 일으켰던 데에는 별밤 공개방송, 스타다큐, 가요톱10, 게스, 삐삐, 접속, 콜라텍, PCS, 천리안 등 리얼한 90년대를 재현해 내기 위한 디테일한 아이템들이 그 시절의 추억을 제대로 소환해냈고, 아마도 작가가 '빠순이'가 아니었을까 의심을 하게 할만큼 디테일한 아이돌 팬덤문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살려냈다는 것이 한 몫 했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만나는 추억 소환 아이템들을 하나씩 만나다 보니 어느새 나도 그 시절의 추억에 젖어 있었다.
유독 2012년은 '복고' 열풍이 일었고, 그 흐름도 7080에서 8090으로 옮겨왔다. 영화 '건축학 개론'이 신호탄이었고,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그 뒤를 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건축학 개론'보다 '응답하라 1997' 세대다. '키워주세요!' 라며 독특한 등장을 알렸던 H.O.T는 분명 그 전의 서태지와 아이들과는 또 다른 문화였고, H.O.T와 젝스키스라는 세기의 라이벌 간의 싸움을 보며 중,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왔다. 물개박수를 치며 격한 공감의 반응을 보였던 그 시절의 문화에 대한 추억과 서툴고 투박하게 진심을 전하려 했었던 그 시절 짝사랑에 대한 추억과 의리로 뭉쳤던 그 시절의 우정에 대한 기억은 고스란히 내 안에 남아 있다. 언제든 그 시절이 그리워지면 다시 책장에 꽂아둔 소설 <응답하라 1997>를 펼쳐봐야지.
누군가의 비밀이란 건 다른 사람이 미처 알지 못하는 사실들을 말한다. 단순히 숨기고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알고 있던 것들이 진짜가 아니라 거짓일 때, 비밀은 더 강력해진다.
사람의 마음은 깊이를 알 수 없고 끝을 알 수 없는 법이다._75p.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말했다.
'세상 만물은 늘 변화하며 고정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같은 강에 두 번 몸을 담글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의 시긴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이렇게 말했다.
'사물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변하는 것이다.'
열여덟.
그들은 성장하고 있었고, 그리하여 서로 달라지고 있었으며, 그렇게 달라지는 서로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또 다른 성장통 앞에 직면해 있었다._79p.
10대가 질풍노도의 시기인 건, 아직 세상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말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답을 찾아 이리 쿵 저리 쿵 숱한 시행착오만을 반복하다가 마지막 순간, 기적적으로 정답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성인이 되어 크고 작은 이별을 하게 된다.
1999년의 겨울, 세상은 온통 작은 이별투성이였다._2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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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시네마톡으로 미셀 오슬로 감독의 <밤의 이야기>를 만나고 왔다고 트위터에서, 페북에서 이야기를 하니 감독의 전작 '프린스 앤 프린세스'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 영화도 그렇냐는 기대감들로 가득. 전작도 본 나로서는 훨씬 더 감동적이고 훨씬 더 환상적인 영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영화 <밤의 이야기>는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형식의 애니메이션, 덧붙이자면 이 이야기들은 '실루엣 애니메이션'이다. 얼굴 표정을 통해서 많이 드러나는 인물의 심정은 말투와 목소리, 기껏해야 몸으로 표현하는 동작들로 나타나지만 감정이 전달되어 오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화면 속으로 집중하게 하는 힘도 있고. 시네마톡에서 어느 관객이 감상평을 말하며 인물들은 실루엣으로 표현하고, 오히려 배경은 화려한 색채로 디테일하게 표현했다고 짚어주기도 했다. 확실히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매일 밤. 작은 극장에 소년과 소녀, 중년의 남자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이들이 누구인지, 왜 이 곳에 모여있는지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시공간을 초월하며 환상적인 동화를 만들어 가고,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중세시대의 늑대인간, 티벳의 아름다운 연인, 아즈텍의 괴물과 상상의 세계로 이어지는 동굴, 마법의 탐탐보이 소년 이야기, 마법사의 저주로 사슴으로 변한 공주의 이야기 등을 만들며 자신들만의 동화세계를 꾸며나간다. 현실의 인물도, 전설 속의 인물도 등장하는 상상 속에서 펼쳐지는 여섯 가지 이야기들은 낯설지만 어느새 소년과 소녀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처럼, 관객들에게도 행복한 시간을 선물한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도 여섯 개로 쪼개지는 옴니버스 형식의 구성과 상대적으로 빈약한 스토리가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며 탄탄한 스토리까지 갖추고 있는 요즘 애니메이션에 적응이 된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올 지 모르겠다. 그래도 빛과 어둠, 낭만적인 이야기, 감탄을 절로 내지르게 만드는 황홀한 색채, 그에 걸맞는 웅장한 음악으로 채워진 <밤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작품'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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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하드:굿 데이 투 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즐겼으면 절반은 성공한 셈 아닌가
상실의시대/영화를봤어 | 2013/02/13 07:00 | posted by 멋쟁이 환유"니들 다 죽었어!!"
<다이하드 : 굿 데이 투 다이>가 혹평까진 아니어도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기대했던 존 맥클레인 스타일의 유머 감각이 이번에는 그 기대치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 아닐까. 노쇠해진 존 맥클레인을 한 번 더 우려먹으면서 패기만 넘쳤지 아직은 덜 여문 아들 잭 맥클레인을 함께 투톱으로 내세운 부자관계 회복 프로젝트는 적은 적대로 물리치고 아들과의 관계도 회복한 일 타 이 피의 꽤 괜찮은 성적을 올린 건 확실하다. 그러나 탄탄하지 못했던 스토리가 관객 동원 부분에선 어떤 성적을 거둘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초반부터 듣도 보도 못한 카 체이싱을 보고 있자니 입이 떡 벌어진다. 딱 봐도 튼튼하게(심지어 무식하게) 생긴 트럭과 장갑차가 온 거리의 차들을 박살을 내며 달려간다. 이봐요, 이거 '차차차'의 실사판 입니까, 라고 외치고 싶을 때쯤 한 술 더 떠 존의 차는 트레일러 위를 타고 달린다. 헬리콥터의 활약(!) 역시 볼 만 하다.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들어갔겠구나 싶을 만큼 다 쏟아붓는 액션은 내가 '다이하드' 시리즈를 보고 있긴 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 눈요깃거리 하나 만큼은 확실하게 책임진다. 오락 영화가 그렇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판 신나게 즐기면 그걸로 절반 이상은 성공한 셈 아닌가. 확고한 팬층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 시리즈물이 갖는 매력이라면, 그만큼 진화하지 못하는 스토리와 캐릭터는 시리즈물이 안고 갈 수밖에 없는 한계 아닐까. 그러므로 생각만큼, 소문만큼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영화에 대한 총평.
사족1. 호텔 연회장에서 공격을 당한 맥클레인 부자가 바(bar) 뒤에 숨어 있다가 동시에 총질을 시작한다. 그 찰나의 눈빛 교환, 난 그 장면 참 마음에 들더라.
사족2. 잭, 돌아가면 아버지 휴대폰 다시 하나 장만해 드려라. 2년 약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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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유
2013/02/13 16:14
액션 영화는 별 생각없이 보는 재미가 있지요.
전 오히려 최근에 나온 본레가시 보다가...응? 끝이야? 하고 당황했는데 말이죠..
그나저나 다이하드 전 시리즈는..
극장에서 콜라와 팝콘을 너무나도 많이 먹고 결국엔 중간에 화장실을 가고 말았던 슬픈 이야기가.
화장실 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가 민망해서 뒤에 앉아서 봤지요.
그 이후로 절대 극장에서 콜라를 안 마셔요 ㅠㅠ-
환유
2013/02/14 09:34
맞아요. 작년에 본 '본 레거시'는 정말.. 그냥 멍때리며 보다 나왔어요. 그러고보니 리뷰도 안 썼네요. 극장에서 한 번 화장실 때문에 고생하고나면 정말 다음 번 부터는 신경 엄청 쓰이는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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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베카
2013/02/13 18:03
우와. 저도 지난 월요일에 4DX로 보고 왔는데 볼만하더라구요.
대신 이제 4DX는 좀 자제해야할듯.ㅋㅋㅋㅋㅋㅋ
보는 내내 스트레스가...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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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유
2013/02/14 09:32
하하. 저 잭 리처를 4DX로 보면서도 적응 안되서 킥킥 웃었는데..
다이하드를 4DX로 보셨다니.. 등짝을 쿡쿡 눌러대고, 엉덩이 찔러대고 장난 아니었겠어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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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서는 '천지도'로 바꿔 쓰였지만,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동학의 이념과 갑오개혁, 임오군란 등으로 격변했던 근대라는 시기적 상황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끌고 온 작가는 그 위에 '이야기꾼'이라는 소재를 얹었다. '이야기꾼에 대한 이야기'라 했으면서도 소설은 좀체 그 이야기꾼을 밖으로 꺼내놓지 않는다. '애고, 복도 없고 가련한 이내 팔자'라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여인, '연옥'을 통해 '이야기꾼' 이신통의 행적이 서서히 드러나는 모양새다. 시골 양반과 기생 첩 사이의 서녀로 태어난 연옥은 나이 열여섯에 시골 부자의 후처로 들어가지만, 마음 속에는 서얼의 서자로 태어나 신분의 벽에 부딪히며 살아가야 했던 이신통에 대한 연정을 품고 산다. 시집을 갔다가 삼년 만에 파경을 선언하고 친정으로 돌아와 우연히 잊고 지낸 신통을 다시 만나게 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다시 신통이 그녀의 곁을 떠나기까지의 과정이 한 순간도 주춤거림 없이 전개된다. 신통을 다시 떠나게 만든 건, 천지도에 대한 나라의 탄압과 각지에서 일어나는 민란을 모른 척 할 수 없다는 신념.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신통에게서 소식이 없자 연옥은 더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그를 직접 찾아 나선다. 그 여정에서 이신통의 과거 지인들과 가족들을 만나게 된 연옥은 비로소 그의 삶과 사랑, 천지도 입도를 통해 그가 품게 된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
토호와 관리들에게 핍박을 당하던 백성들이 분을 참지 못해 일어섰는데, 아무리 말려도 들어야지. 사실 때가 아니었다네. 과실이 다 익어서 꼭지가 떨어질 만한 때가 있는 법인데. 그러나 다들 싸우겠다는데 망해두 함께해야 되잖은가._84~85p.
어찌 그와 함께 살았던 날을 하루씩 쪼개어 낱낱이 이야기할 수 있으랴. 나중에 그가 곁에 없게 되었을 때, 가뭄의 고로쇠나무가 제 몸에 담았던 물기를 한 방울씩 내어 저 먼 가지의 끝의 작은 잎새까지 적시는 것처럼, 기억을 아끼면서 오래도록 돌이키게 될 줄을 그때는 모르고 있었다._88p.
불승들처럼 단칼에 마음의 집착을 휙 베어낼 수야 없겠지만, 내 몸이 먼저 떠나면 마음은 타래에서 풀린 실처럼 서서히 따라오다가 모르는 결에 어디선가 툭 끊어져 나가게 될 것 같았다. 혹시 누가 알까, 그이가 끊어진 실의 끄트머리를 잡고 내가 간 길을 되짚어 돌아오게 될지. 그이에게 역겨움을 주기보다는 내 빈자리를 그의 곁에 남겨 두고 싶었다._450p.
여울물 소리는 속삭이고 이야기하며 울고 흐느끼다 또는 외치고 깔깔대고 자지러졌다가 다시 어디선가는 나직하게 노래하면서 흐르고 또 흘러갔다._4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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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로 몸이 움츠러 들고 바닥을 치는 자존감 때문에 마음마저 움츠러 들었을 때, 이 영화를 만난 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평일 낮 시간을 비워 찾아간 작은 극장은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는데, 그 공간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꽤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이게 벌써 언제냐. 1월인데).
한 두 마리, 아니 꽤 많은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사요코는 매일 고양이 몇 마리를 수레에 싣고 나가 사람들에게 외친다.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하하. 고양이를 빌려준다니, 왜? 외로운 사람들에겐 고양이가 제격이라며 '렌탈~ 네꼬!' 라며 외치는 또랑또랑한 그녀의 목소리는 누군가의 마음에 닿고 기어코 그 마음들을 흔들어 놓는다. 죽을 날이 머지 않은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기러기 아저씨, 사람들이 찾지 않는 텅 빈 렌터카 사무실을 지키는 아가씨가 그녀의 고객이 된다. 고양이를 빌려주는 데도 그녀는 나름 까다로운 조건도 내세운다. 고양이와 함께 살기에 괜찮은 환경인지 가정방문(!)을 하겠다는 꽤나 적극적인 요구다.
일면식도 없는 관계, 아주 잠깐이긴 하지만 사요코는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마음에 생긴 외로움의 구멍을 들여다 보았고, 그들의 품에 안겨준 고양이들이 그 외로움의 구멍을 메워줄거라 믿는다. 신기하게도 할머니의 푸딩 구멍이, 아저씨의 양말 구멍이, 아가씨의 도넛 구멍이 메워져 나간다. 그렇게 고양이를 빌려주면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생긴 구멍을 메워주던 사요코는 중학교 동창 요시자와를 만나며 그제야 자신의 마음 속에 생겼던 구멍을 들여다보게 된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빈자리는 그녀의 마음에 꽤나 큰 구멍을 만들어냈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생긴 구멍을 메워주는 것으로 자신의 구멍도 채워질 줄 알았던 것인지도.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를 띄면서도 조금씩 변형을 가해가는 스타일도 여전하고, 그녀만의 돋보적인 슬로 라이프를 또 한 번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는 꽤나 따뜻한 영화였다. 현실성은 조금 떨어져 보이는 사요코의 삶이긴 했지만 그녀의 소소한 일상은 영화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크기의 깊이와 감동으로 전해주었다. 사요코는 외로움으로 생긴 마음의 구멍을 채워주는데는 고양이가 제격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내 마음의 구멍을 들여다 보는 게 더 먼저이진 않을까. 어쩌면 나처럼 애써 마음의 구멍 자체를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던치는 '일침' 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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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여섯 살 정도의 지능에 머문 아빠 용구(류승룡)에겐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딸 예승(갈소원)이가 있다. 예승이가 갖고 싶어하던 노란색 세일러문 가방 때문에 아동 성폭행, 살인에 연루된 용구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7번 방에 수감된 용구는 죄질이 나쁘다는 이유로 같은 방의 수감자들에게도 집단 폭행을 당하지만, 용구에게 지금 이순간 가장 힘든 건 억울한 누명도, 집단으로 가해지는 린치도 아니다. 사랑하는 딸 예승이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 하던 용구는 어느 날 우연히 7번 방장 양호(오달수)의 목숨을 살려주고, 양호는 고마움의 표시로 용구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용구의 소원은 예승이를 만나게 해달라는 것. 7번 방의 수감자들은 예승이를 7번 방에 데려오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감방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아슬아슬한 부녀 재회 프로젝트는 정확하게 계산된 지점에서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오달수, 김정태, 정만식, 박원상, 김기천은 각각 다양한 사연들을 가진 수감자로 분했다. 다들 한 가닥 한다는 '씬 스틸러' 수감자 삼촌들이 상투적이긴 하지만 확실한 웃음을 책임지고 있을 때, 여섯 살 지능을 가진 '딸바보' 용구 역의 배우 류승룡은 또 한 번 '천의 얼굴 류승룡'의 모습을 보여주며 원톱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고 있다. 정말이지 이 남자의 매력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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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유
2013/02/10 10:12
이런 영화의 결말은 새드로 끝나버림 절대 안된단 말이죠;ㅁ;
그나저나...박신혜 양도 나오나요?
이 영화 이야기 나올 땐 신혜양 얘기도 나오더라구요.
이것은 뭐여. 화보여?
영화는 남북한 이념 대립이라는 정치적 색채를 꺼내들기보다는 첩보원의 삶을 사는 개인에게 초점을 둔다. 초반부터 너무 많은 설정과 빠른 전개를 보여주며 욕심을 부리던 영화는 표종성이라는 개인의 신념이 흔들리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이어지며 비로소 인물들 간의 관계에, 신념이 흔들리며 겪는 개개인의 '고독'과 '욕망'에 집중한다. 극을 책임지고 나가는 표종성이 갖는 무게감은 그가 선택한 첩보원의 삶에 대한 신념만큼이나 무겁고 우직하다. 그가 온 몸을 펼쳐보이는 사투는 관객에게 쾌감을 준다기 보다 서럽고 고독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떠올려보면 굉장히 압권인 장면들이 많다. 주먹 몇 방에 쉽게 나가 떨어지는 엑스트라도 없거니와 고도로 훈련받은 요원들이 벌이는 액션은 손에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류승완 표 액션도, 멜로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어쩐지 어수선했던 초반의 이야기 전개는 나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거듭 힘주어 말하지만, 이 영화 꽤 '잘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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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시리즈를 능가하는 스릴, 안타까운 사랑의 영화 [베를린]
Tracked from 유머나라 2013/02/09 13:24정말 대박 감동. 헐리우드 첩보물 [본 시리즈]를 훨씬 능가하는 스릴과 서스펜스, 완벽한 액션과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안타까운 사랑의 영화 [베를린]. 냉전시대 베를린 길거리의 10명 중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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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라더
2013/02/09 16:07
영화 전체적으로 불만이 없었습니다.
아마 이 영화에 실망하는 분은 대체로 두 가지 이유일 겁니다.
배우와 제목이 주는 느낌에서 뭔가 '묵직한 스릴러/느와르'를 기대했거나
모방물을 싫어하거나..
저는 처음부터 '류승완'이란 감독의 성향이 철저한 '오락영화'를 추구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류승완 감독이 자기 식대로 모방하는 걸 즐기는 감독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체로 다 만족했어요.
입춘대길.
말고.
입춘대설.
서울에 폭설이 내린지 얼마나 지났다고 다시 눈발이 날립니다. 며칠 날이 좀 따뜻해서 봄이 온 줄 착각했더랬지요. 조금은 가볍게 챙겨 입고 나섰는데, 왠걸요. 봄 생각 잔뜩 하니 겨울이 늦게 시샘하나 봅니다. 이렇게 많은 눈을 뿌리고 있는 걸 보면요. 사실 저는 겨울을 더 좋아하긴 합니다. 무거운 옷들 때문에 행동이 굼뜨긴 하지만, 사실 이불 속에 들어가 책 읽기에는 겨울 만한 계절이 있나 싶거든요. 안 그래도 뭔가 더 분주하고 짧게 느껴지는 2월도 따끈한 신작들과 함께 해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이거다!' 싶은 책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아 고르는데 고민을 좀 했더랬습니다. 아무튼 저는 어김없이 다섯 권을 골라봤습니다.
책 줄거리를 보아하니 일단 구미가 확 당깁니다. 이 책이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라이프 보트 사건' 실화를 <정의란 무엇인가> 책에서 봤던 기억도 나고요. 인간의 본능과 정의를 파헤친 소설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네요.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극한의 상황에서 나타나는 인간 본성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도덕적 딜레마를 소설로 풀어냈다는 것도 궁금하고요. 도덕적 딜레마와 관련된 소설은 지난 번 신간 평가단 활동으로 만났던 <디너>도 있지요. <디너>에서는 나름 열린 결말이고요. '라이프 보트 사건'의 결말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긴 하지만, 대중 소설이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분명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2월 신간 추천 페이퍼에 싣는 책들 중에서 가장 큰 기대가 되는 책입니다.
제가 작품을 꼭 챙겨보는 작가가 몇 있는데, 김애란 작가도 그렇습니다. 2013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거머쥔, 그것도 역대 최연소로 대상을 수상한 김애란 작가를 여전히 애정합니다. 여기 실린 '침묵의 미래'가 나중에 단행본으로 빛을 보려면 시간도 꽤 걸릴 거고요, 함께 수상한 편혜영, 천운영, 김이설 작가의 소설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 골라봅니다. 신간평가단 선정도서로 문학상 수상작 작품집이 선정된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요렇게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의 책도 가끔은 껴 있어야 하지 않나..하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문학동네 카페에 연재될 때, 보고 싶은 유혹을 나름 참으며 기다려서인지 출간 소식이 반갑더군요. 인터넷 연재방식은 여전히 익숙치 않아요. 이 소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가족'이라는 소재와 접근 때문이었는데요. 역설적 의미인가 했는데, 작가님 왈, '해피 패밀리'라는 제목이 반드시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건 아니라는 말도 하셨고요. 날카롭고 사실적인 시선들을 들여다보면서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골라봅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요즘엔 책 표지도 유심히 들여다 보게 되는데요. <끝까지 연기하라>는 책 표지만 봐도 살짝 섬뜩하군요. 누군가를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는 남자의 마지막 경고 같은 책 제목이라.. 그래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골라봤는데요. 소개된 줄거리만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살짝 감을 잡기 어려운 면도 있지만, 영국 최고의 베스트 셀러 작가이면서 스티븐 킹 마저 두렵게 만든 작가라는 수식어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닐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에 과감하게 선택해 봅니다. 진짜 기발한 반전의 작가인지, 한 번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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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쓰지 못하는 건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다. 내 글에 대한 확신, 내 감상에 대한 확신. 그런 확신이 없어서인지 약속된 기간이 다 되어가고, 책상에는 여전히 문제의 책이 놓여 있는데도 첫 문장을 쓰지 못해 그 긴 시간을 쩔쩔매며 보냈다.
대구의 한 호텔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을 추적해 가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지금은 비록 퇴출 직전에 내몰렸지만 남다른 감각을 가진 수사관 김호는 사건을 파헤쳐가며 보통 사람보다 10배 이상의 지능을 가진 강화인간과 범국가적 조직 공생당이 사건의 배후에 있음을 알게 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또 한 축은 안준경이 담당한다. 강화인간에 대한 연쇄 테러에서 위험을 감지한 그는 살인범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죽은 이유진이 만들어낸 최면 세계인 인페르노 나인으로 내려간다. 준경은 인페르노에서 반란군의 지도자가 되어 혁명을 이끌게 되고 전장의 한복판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낸다.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대륙 인페르노를 파괴하지 않고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선 '지옥의 설계도'가 필요하다. 소설은 현실 세계의 살인사건을 추적해가면서 최면으로 구현된 가상세계 인페르노 나인의 이야기가 함께 이어진다.
누군가 내게 판타지 소설 좋아하시느냐고 물었을 때, 두루뭉술하게 미적지근한 대답을 했던 건 사실이다. 소설이 내게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위해 필요한 상당량의 '정보'를 '전달' 하느라 애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읽는 나는 금세 피로해진다. 강화인간과 공생당에 대한 작가의 '안내'가 꼭 그러한 느낌이었다. 본격적으로 인페르노 나인의 세계를 펼쳐보이기도 전에! 게임의 세계를 소설 속으로 끌고 와 이야기 전개의 무궁무진함을 보여주려한 시도는 분명 새롭지만, 복잡하고 난해한 설정과 이야기 구조를 가진 텍스트는 독자에게 꽤 부담가는 소화력을 요구한다. 소설이 반드시 현실을 다루는 세태소설적 성격을 띠어야만 한다는 주의는 아니지만, 장르소설을 받아들이는 한계지점이라는 것이 내게는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거다. 그걸 '취향'이라는 단어로 포장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오죽하면 내가 게임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하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니까.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야심차게 개발했다는 스토리텔링 저작도구인 '스토리 헬퍼'에 대한 관심이 컸고, 그것을 통해 이 작품 <지옥설계도>가 다른 이야기들과의 유사성이 꽤 낮음을 확인했다는 것 만으로도 책을 읽기 전부터 충분히 이야기의 독창성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가질 수 있었다.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멀리서 바라보니 분명 쉽게 쓰여진 소설은 아니라는 점은 알겠지만, 가까이서 보면 머리가 지끈거렸다는 점은 분명히 해두어야 하겠다. 저자가 공들여 쓴 이야기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했던 궁극적인 '메시지'는 표면적으로만 와닿을 뿐, 그것을 '공감'하는데는 실패했다는 건 아쉽다. <지옥설계도> 는 어쩜 내가 생각하고 판단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 미묘한, 어쩌면 훨씬 더 매력적인 소설일지도 모른다. 그걸 소화해내지 못하는 건 일개 독자의 유별난 취향일 수도 있다. 이게 '이 소설 쓰레기야'라며 던져버리지 못하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영원한 제국>부터 읽고 다시 만나자. 어쩌면 내가 놓쳤던 많은 부분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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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환유
2013/02/09 01:19
하루님~ 반갑습니다.^^
1월에 쓰는 첫 도서리뷰였는데..
정신이 없었던 1월이기도 했지만... 이래저래 많이 난감했던 책으로 기억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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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검은 뱀의 해. 계사년이라 하죠. 2012년에 멸망할 거라던 지구는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고(물론 들여다 보면 삐그덕 대고 있는 거겠지만) 또 한 살 먹었고요. 올 것 같지 않던 연말이 후다닥 지나가 버렸고, 1월 하고도 벌써 6일째 입니다. 여름이 그렇게 덥더니, 겨울은 또 이렇게 춥네요. 이런 날씨엔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이불 속에서 뒹굴대며 하루 종일 책만 죽죽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12월에 출간된 신간 소설들 중에서도 제 눈길을 끌던 책들이 있어 골라봅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다섯 권씩 고를 거에요.
우타노 쇼고 작가는 이름은 좀 낯섭니다만,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라는 책 제목은 저도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 책은 제목만 알고 정작 읽지 않았다는 게 문제지만, 이런 날씨에 뒹굴거리며 읽기엔 역시 미스터리 소설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했습니다. '정교한 밀실트릭과 허를 찌르는 반전을 무기로' 라는 출판사가 제공한 책 소개 문장에서 이미 마음이 끌려다지요. 어쨌든 전 기가막힌 반전이 있는 소설을 좋아하니까 기대를 걸어봅니다.
★ 우타노 쇼고의 작품 함께 읽기 : <밀실살인게임>,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 하네>, <시체를 사는 남자>
이런 시도의 책들은 눈길을 끌죠. 분류를 한다면 테마소설의 범주에 속하긴 하겠지만, 따지고 보면 이거 탄생 200주년을 맞았다는 디킨스에게 바치는 오마주가 더 맞지 않을까 싶어요. 찰스 디킨스의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쓴 단편들! 단편을 써낸 작가들 이름을 보니 김경욱, 윤성희, 김중혁, 백가흠.. 사랑해 마지 않는 작가들 이름이 눈에 띕니다. 이들 개성 넘치는 작가들을 통해 새롭게 변주된 디킨스의 소설들은 어떤 느낌일지?!
<표백>으로 제 1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사안 장강명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입니다. 대도시의 한복판에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어요.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요. 책에 실렸다는 작가의 말이 눈길을 끌어요.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신촌을 연민의 감정을 품고 사랑했다고요. 청담동도 홍대 앞도 아닌 신촌을 말입니다. 그 신촌을 마치 "너는 못생겼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다니게 된 여인 같았다고 표현하고 있네요. 작품을 통해 작가가 해석해 낸 신촌의 어느 단면을 들여다 보고 싶어요.
추리소설엔 관심도 없던 제가 그동안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꽤 많은 추리소설을 읽게 되었더군요. 그러면서 알게 된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 넌 히가시노 게이고도 몰랐냐, 라고 물어도 그땐 할 말이 없었지만 지금은 나오는 족족 읽고 있죠. 어느새 저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 되어버린 겁니다. 워낙 다작을 하는 터라 따라잡기 힘들긴 합니다. 아무튼 이번에도 늦깎이 팬심이 발동하여 선택했죠. 이번엔 살인 사건도, 명탐정도 등장하지 않는다고요. 좀 낯설긴 하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가 보여주는 기적과 감동은 어떤건지 궁금한 마음이 더 크군요.
★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근)작품 함께 읽기 : <패러독스 13>, <매스커레이드 호텔>, <신참자>
디킨스 소설을 테마로 한 한국 작가들의 단편집과 함께 눈에 띄는 일본 작가들의 단편집이 있습니다.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9인이 모였습니다. 그래봤자 제가 아는 작가는 미야베 미유키, 아리스가와 아리스, 미치오 슈스케가 전부이긴 하네요. 아무튼 이 9인의 작가들은 숫자 '50'을 키워드로 단편을 썼다는데요. 다양한 '50'의 숫자들과 괴담, 추리, 하드보일드 등 다양한 장르들까지. 이런게 바로 종합선물세트 같단 생각도 마구 들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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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유
2013/01/08 14:00
1월 하고도 벌써 8일째가 후다다닥 지나고 있네요.
아직 2013년이라는 게 저는 그다지 실감이 안 나요.
아직도 2012년 연말에 있는 느낌 같아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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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발상에서 시작된 이 '발칙한 프로젝트'가 낳은 결실과 마주하고 있다. 삼 일과 열 명의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삼 곱하기 십>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옴니버스 에세이다. 10명의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각기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모였다. 3일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신기하게도 10명의 사람들 중에 어느 누구도 비슷한 시간을 꾸리지 않았단다.
만약 내게도 3일의 시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뭘 하고 싶을까. 여행을 떠날까, 여행을 간다면 어디가 좋을까. 혼자 떠날까, 아니면 누구와 함께 떠날까. 여행 말고 늘어지게 잠을 자는 건 어떨까. 집 밖에도 나가지 않고 침대 위에서 밀린 드라마와 영화를 질릴 때까지 보는 건 어떨까. 생각만해도 일단 행복해진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물었다. "3일의 시간이 주어지면 뭘 하고 싶어?"라고 물음에 돌아오는 대답들이 어째 하나같이 "죽기 전에 3일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였다. '죽기 전'이라는 조건이 붙지 않고서야 3일의 시간을 낸다는 게 바쁜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상이긴 하지만 3일의 자유시간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의미있게 그 시간을 채워야 하는지 허둥대는 모습이 꽤 재미있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열 개의 일탈 이야기 중, 나는 에디터 천승명씨의 3일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모처럼 만의,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휴일. 딱 한가지 나만을 위한 음식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불현듯 떠오른 것은 바로 저 생간이다(187p)" 라는 문장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생간의 묘한 이미지도 물론 한 몫 했겠지만, 내가 준비하는 나만을 위한 음식은 뭐가 있을까 떠올려 보는데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저자에겐 어린 시절의 한 부분을 지탱했던, 결코 잊을 수 없는 맛으로 떠올린 것이 할머니와 나란히 서서 먹었던 '생간' 이었다면, 또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할머니의 요리들이었다면, 내게는 어떤 음식들일까. 어떤 수식어로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아도 원형의 요리에 대한 저자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오는 글들이었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3일을 나에게 선물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볼까. 지금 하고 있는 일, 떠안고 있는 불안과 걱정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해보는 거다. 진짜 시간을 내어도 좋고, 여건 상 힘들다면 상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열 명의 사람들의 소소한 일탈이 준 행복을 이제는 내가 몸소 느껴볼 차례인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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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라
2013/01/02 10:59
일상에 찌들어 버려 사람들에게서 여유라는 걸 찾아 볼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구요ㅠㅠ
저한테 3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음... 한번 생각해 봐야겠네요ㅎ-
멋쟁이 환유
2013/01/02 14:58
저도 막상 3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면 뭘할까 떠올려봤더니 잘 생각나질 않아요. 단 하루만 주어져도 꿈 같긴 하지요??!! 마음 속에 여유를 가지고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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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5link 2013/01/02 14:41
처음에 3일이라고 해서 저도 죽기 전에 3일이 주어진다는 이야기 인 줄 알았네요. 진짜 3일이 주어진다면 저는 뭘 할까요? 옴니버스 에세이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리뷰 참고해서 저도 책 골라봐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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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환유
2013/01/02 14:59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여러 필자의 생각과 감정을 훔쳐볼 수 있다는 재미가 옴니버스 에세이의 매력이겠죠? 이들의 특별한 3일에 대한 기록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한 번 느껴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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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 46편
한국영화 50편에 이어 외국영화는 총 46편을 만났다. 호불호가 명확했던 한국영화와는 다르게 외국영화들은 개인적으로는 고루 높은 점수들을 줬다. 몇몇 작품을 빼곤 모두 좋았다는 이야기다. 다른 블로거들이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던 몇몇 작품은 아쉽게도 관람을 놓쳤다. 나중에라도 챙겨보려고 체크해두고 있는데 그 리스트가 꽤 된다. ㅠㅠ 아쉽지만 그 작품들은 다음에 꼭 만나보기로 약속하고, 올해 만난 46편 영화들 중에서도 BEST 10을 골라봤다.
챙겨 볼 영화들 : 멜랑콜리아, 토리노의 말, 카페 드 폴로르, 케빈 인 더 우즈, 심플라이프, 하와이언 레시피, 해피해피 브레드, 우리도 사랑일까, 당신은 아직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 시스터, 아르마딜로, 파우스트, 휴고, 폭풍의 언덕,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시스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웰컴 투 사우스, 더 트리, 신의 소녀들, 아워 이디엇 브라더.
10위. 치코와 리타 / 하비에르 마리스칼,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 /
★ 리뷰 : 2012/01/07 - [상실의시대/영화를봤어] - [치코와 리타] 매혹적인 라틴재즈 선율에 담긴 낭만적 러브스토리
★ 한줄 평 : 멋지고 화려한 색감의 그림, 귀를 즐겁게 하는 라틴 재즈의 향연,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던 천재 피아니스트와 매혹적 보컬리스트의 러브 스토리. 사랑한다면 전하자, 진심을.
9위. 어벤져스 / 조스 훼든 감독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드..
★ 리뷰 : 2012/05/03 - [어벤져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다. 2% 아쉽지만 98%로도 충분!
★ 한줄 평 : 이만하면 만족스러운 슈퍼히어로 종합세트. 세상에 슈퍼 히어로가 단 한명이라면 세상은 정말 지루했을 거야.
8위. 서칭 포 슈가맨 / 말리크 벤디엘로울 감독 / 로드리게즈
★ 리뷰 : 2012/10/12 - [상실의시대/영화를봤어] - [서칭 포 슈가맨] 실화라서 더욱 믿기 힘든 기적같은 그의 이야기 속으로.
★ 한줄 평 : 당신, 참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사람의 인생이란 참으로 오묘한 것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7위.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 데이빗 핀처 감독 / 다니엘 크레이그, 루니 마라
★ 리뷰 : 2012/01/27 -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피디한 전개, 세련된 영상미, 핀처 스타일로 재탄생한 밀레니엄!
★ 한줄 평 : 방대한 원작을 꾹꾹 눌러담은 핀처 스타일로 재탄생. 루니 마라가 연기한 전무후무한 매력적 캐릭터, 리스베트.
6위. 다크나이트 라이즈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 크리스찬 베일, 마이클 케인, 톰 하디
★ 리뷰 : 2012/07/31 - [상실의시대/영화를봤어] - [다크 나이트 라이즈] 전설이여, 끝나지 말아요.
★ 한줄 평 : 존재이유에 대한 고민과 진한 성장통의 종결판. 시리즈를 이렇게 보내주기에는 아쉽다.
5위. 아티스트 / 미셸 아나자비슈스 감독 / 장 뒤자르댕, 베레니스 베조
★ 리뷰 : 2012/02/29 - [상실의시대/영화를봤어] - [아티스트] 백 투 더 아날로그, 이토록 매력적일 줄이야.
★ 한줄 평 : 무성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날려버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 올드한 것은 낡은 것이다? 아니다. 이토록 매력적인 것!
4위. 자전거 탄 소년 /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 / 토마 도레, 세실 드 프랑스
★ 리뷰 : 2012/02/16 - [상실의시대/영화를봤어] - [자전거 탄 소년] 희망과 구원의 힘을 믿나요.
★ 한줄 평 : 마음이 저릿해 지는 시간, 날 위해 함께 울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 썩 괜찮은 위로.
3위. 레미제라블 / 톰 후퍼 감독 / 휴 잭맨, 앤 해서웨이, 러셀 크로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 리뷰 : 2012/12/22 - [상실의시대/영화를봤어] - [레미제라블] 뮤지컬과 영화는 최고의 접점에서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다
★ 한줄 평 : 2012년의 끝에서 만난 감동 대작. 이토록 생생한 감동을 주리라곤 기대도 안 했었는데.
2위. 007 스카이폴 / 샘 멘데스 감독 / 다니엘 크레이그, 하비에르 바르뎀, 주디 덴치
★ 리뷰 : 2012/10/29 - [상실의시대/영화를봤어] - [007 스카이폴] '구관이 명관'임을 스스로 증명해내다
★ 한줄 평 : 구관은 명관이고, 007은 그걸 스스로 증명해 냈고. 화려한 액션에 영상미까지 볼만. 2012년 최고의 블록버스터.
1위. 케빈에 대하여 / 린 램지 감독 / 틸다 스윈튼, 에즈라 밀러
★ 한줄 평 : 아직도 리뷰를 못 쓰고 있는 작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영화. 한 장면 한 장면을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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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유
2012/12/31 18:50
이쪾은 제가 본 영화들이 조금 있네요. 히히.
007 보러 가야하는데.. 액션 영화는 그나마 영어를 못 알아 들어도 재미가 있다보니. ^^
어쨌든 환유님이 2위로 꼽았으니 기대하고 봐도 되겠네요!-
멋쟁이 환유
2012/12/31 22:12
007은 음..영상미도 그렇고 액션도 그렇고 기대치를 충족시켜줬어요.
아쉬운 점을 굳이 찾아보라면, 하비에르 바르뎀이 맡은 역이 생각 외로 약했다는 점 정도랄까요. 1위를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최고의 블록버스터라고 생각했어요.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스파이더맨, 얘네를 다 물리칠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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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라
2013/01/01 01:43
나름 영화를 제법 본다고 생각했는데 위 10개 중에 5개는 못본 작품이네요ㅠㅠ
환유님의 베스트 10에 오른 영화들이니 한번 찾아 봐야겠네요!!
일단 케빈에 대하여부터 시작해야겠네요~ㅎ
환유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티몰스
2013/01/01 11:43
겹치는게 많이 없네요...ㅎㅎ
올해엔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흑 ㅠㅠ
항상 영화와 책을 가까이 하는 환유님이 무척 부럽습니다!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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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13 :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 2013년을 관통할 트렌드는 무엇일까?
상실의시대/책도읽었지 | 2012/12/31 14:00 | posted by 멋쟁이 환유
오디션 프로그램, 강남 스타일, 캠핑, 힐링, 한국영화 부흥, 애니팡, 19대 대통령선거, 아웃도어 전성시대, K-POP, 인문학, 고전 읽기, 푸어, 타임슬립, 브라우니, 런던 올림픽, LTE, 멘붕...
이 밖에도 훨씬 많은, 2012년을 정리할 키워드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 남은 달력의 한 칸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 2012년 12월 31일. 지난 1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일들이 화제가 되었었는지 잠시 생각을 해본다. 왜 우리는 '트렌드'에 관심을 가질까.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2013년을 관통할 흥미롭고 새로운 트렌드는 무엇이 될지 알고 싶어하는 걸까. 매년 이맘 때쯤 되면 서둘러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현재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까. 저자가 서문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트렌드'는 이제 아주 중요한 상식이자 무기다. 더이상 트렌드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이야기가 아니라 더 넓은 의미에서 '기회의 장'을 여는 열쇠다. 우리는 유행에 민감한 스타일의 세대 아닌가. 쉽게 흥미를 느끼고 쉽게 빠져들지만, 반면에 흥미를 잃는 속도 역시 빠르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 여기서 트렌드를 논함에 있어 이것을 제대로 바라보는 인사이트(insight)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요즘 강력한 소비 세력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40대에 대한 설명도 꽤 재미있다. 10대에 프로야구 개막을 봤고, 88서울 올림픽을 지켜봤고, 교복 자율화를, 소련의 몰락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역사적 사건도 경험했다. 배낭여행을 즐기기 시작했고, 문화대통령 서태지의 등장과 함께 1990년대 대중문화 부흥기를 겪었으며, 사회생활 초기에는 IMF 위기도 겪었다. 그야말로 다이나믹한 세대구나 싶다. 패션과 스타일에 민감했던 그 시절 X세대, 오렌지족이 40대가 되어 돌아왔으니 명품을 비롯한 각종 소비에 있어도 그 존재감이 뚜렷하다. X세대의 뒤에는 우리 30대가 딱 버티고 서 있다. 비록 '세시봉'이 힘을 쓰긴 했지만, 올해는 통기타와 청바지가 주름잡던 7080과 안녕하고 '응답하라 1990년대'로 복고의 흐름이 바뀌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소비의 중심에 있는 그 3040에 나도 어엿하게 합류를 하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유독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한 해이기도 했다.
2013년의 트렌드 중에는 새로운 흐름이 되어 2013년 이후에도 영향을 미칠 것도 있지만, 그 이전부터 이어져 온 흐름의 연장인 것들도 있다. 그런 다양한 트렌드들을 꾹꾹 눌러담은 이 책은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 Cultural code에서는 사회문화적 흐름 속에서의 다양한 변화를 이야기 한다. 앞서 말했던 오렌지족의 귀환, 대중문화, 스마트폰과 SNS, 힐링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야기들이 대거 등장한다. 2부 Life style에서는 우리의 생활 방식을 바꾸는 주요 변화를 이야기 하는데, 화장하는 남자와 요리하는 남자, 미혼이 아니라 비혼, 동성애 가족 등 새로운 형태의 가족의 등장, 넘치는 푸어족과 몰락하는 전문직에 대한 이야기도 다룬다. 3부 Business & Consumption에서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이자 비즈니스의 큰 흐름에 대해 다루고 있다.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지 않으면 꽤 낯설게 느껴지는 이야기들도 더러 있지만,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내용들이다. '사이즈에서 시대를 읽다'라는 소제목이 붙은 글에서는 스마트폰은 왜 점점 커지고 있는지를 분석하면서 사이즈를 바꾼다는 것은 단지 형태와 크기만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제품을 찾기 위해 리사이징하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된다는 코멘트를 더하고 있다. 이런 리사이징의 시도는 식품업계에서도, 자동차, 주택에서도 이어지고 있단다.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것이 무엇인지, 기본적인 이해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적 상품 출시는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단 이야기도 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 밖에도 안티 에이징을 넘어 다운 에이징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라던가, 오직 나만을 위한 제품, 개성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서도 들여다보자.
이 책이 다른 트렌드 분석서보다 재미있게 읽혔던 이유는 쉽게 와닿지 않는 숫자, 통계 중심의 분석서라기 보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형식으로 채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트렌드는 우리 주변,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확인 시켜주었고 키득키득 거리며 공감을 자아내는 글들도 많았다. 2012년의 키워드는 무엇이었는지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면 이제는 새롭게 다가올 2013년을 주름잡을 트렌드는 무엇이 있을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아마도 이 책 <라이프 트렌드 2013 :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이 톡톡히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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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 577 프로젝트 / 가족 시네마 /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 건축학 개론 / 광해, 왕이 된 남자 / 나는 공무원이다 / 남영동 1985 / 내 아내의 모든 것 / 내가 고백을 하면 / 내가 살인범이다 / 네버엔딩스토리 / 늑대소년 / 다른 나라에서 / 댄싱퀸 / 도둑들 / 돈의 맛 / 두 개의 선 / 두 개의 문 /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 두레소리 / 러브픽션 / 로맨스 조 / 리턴투베이스 / 말하는 건축가 / 미쓰GO / 밍크코트 / 반창꼬 / 백야 /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 복숭아 나무 / 부러진 화살 / 어머니 / 연가시 / 열여덟 열아홉 / 용의자X / 은교 / 이웃사람 / 인류멸망보고서 / 점쟁이들 / 줄탁동시 / 창피해 / 청춘그루브 / 파닥파닥 / 퍼펙트 게임 / 페이스 메이커 / 피에타 / 핑크 / 하울링 / 화차
한국영화 50편.
업계에 있는 사람도, 전문 영화평론가도 아니니 1년에 100편 남짓 영화를 봤다는 수치가 많이 본 건지, 적게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절반 딱. 한국 영화를 만났다. 한국, 외국 영화 통틀어 10편을 골라봤더니 아무리 개인적인 기준에서 상대적으로 랭킹을 매기는 거라지만 대부분 외국영화들이어서 이번에는 한국/외국 영화로 나누어 봤다. 한국 영화에도 좋은 영화들이 꽤 많았던 한 해였고, 또 반면에 실망스러웠던 영화들도 꽤 많았다. 점수의 편차가 없었던 외국영화에 비해 한국 영화는 편차가 은근 심했다는 사실. 아무튼 환유씨가 뽑아본 2012년 한국영화 BEST 10을 공개해본다.
10위. 내가 고백을 하면 / 조성규 감독 / 김태우, 예지원 / 로맨스 , 드라마
★ 리뷰 : 2012/11/21 - [상실의시대/영화를봤어] - [내가 고백을 하면]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만난 따뜻하고 담백한 로맨스
★ 한줄 평 : 관객에게 자극만 주려는 영화들에 익숙해져 있던 까닭일까. 이렇게 담백하게 풀어낸 이야기가 오히려 신선하다.
★ 키워드 : 강릉,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 백석의 시와 코타로 오시오의 음악, 커피
★ 주절주절 : 사실 <내가 고백을 하면>은 여타 흥행몰이를 했던 다른 상업영화들에 비하면 밋밋한 편. 빵 터지는 재미나 화려한 볼거리, 매끈한 만듦새에 앞서는 담백함이 그것들을 올킬한다.
9위. 말하는 건축가 / 정재은 감독 / 정기용 / 다큐멘터리
★ 리뷰 : 2012/03/17 - [상실의시대/영화를봤어] - [말하는 건축가] 삶, 나눔, 소통... 노장의 건축가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
★ 한줄 평 : 거장은 괜히 거장이 아니라는 사실
★ 키워드 : 일민미술관, 무주 목욕탕, 춘천의 자두나무집
★ 주절주절 :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가 마음이 저릿할 만큼 묵직한 감동의 돌직구를 날릴 때가 있다. 건축가 故 정기용 선생의 마지막 1년을 담은 다큐멘터리.
8위. 은교 / 정지우 감독 / 박해일, 김무열, 김고은 / 로맨스, 멜로
★ 리뷰 : 2012/04/27 - [상실의시대/영화를봤어] - [은교] 서로 갖지 못한 것을 탐했던 슬픈 욕망에 대한.
★ 한줄 평 : 원작의 힘이란 이런 것. 섬세한 연출의 힘이 컸던 점은 영화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겠지만, 역시 영화보단 소설.
★ 키워드 : 이적요의 서재, 은교가 앉아있던 의자.
★ 주절주절 : 탄탄한 원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이야기. 섬세한 연출의 힘이 보태어져 매끈하게 탄생했다.
7위. 도둑들 / 최동훈 감독 / 김윤석, 이정재, 김혜수, 전지연 / 액션, 드라마
★ 리뷰 : 2012/08/07 - [상실의시대/영화를봤어] - [도둑들] 이 여름보다 더 뜨거운 영화 한 편 납시었네.
★ 한줄 평 : 싱거운 도둑질로 끝나는 줄 알았더니 정작 키워드는 사랑과 배신이었더군.
★ 키워드 : 아파트 외벽 액션. 예니콜 VS 팹시,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
★ 주절주절 : 한국영화에서 한 편에 총출동한 걸출한 배우들만으로도 일단 주목. 최동훈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있는 케이퍼 무비를 최동훈 식으로 잘 소화해냈지만, 캐릭터들은 정리되지 못하고 산만하게 겉돌기만 할 뿐이었어. 기대했던 도둑질의 스릴은 싱겁기 그지 없고, 알고보니 삼각관계의 사랑과 배신.
6위. 밍크코트 / 신아가, 이상철 감독 / 황정민 / 드라마
★ 리뷰 : 2012/01/19 - [상실의시대/영화를봤어] - [밍크코트] 따뜻하지만 잔인한 이름, 가족의 의미를 묻다.
★ 한줄 평 : 따뜻하지만 잔인한 이름 밍크코트, 따뜻하지만 잔인한 이름 가족.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입니까.
★ 키워드 : 밍크코트, 가족, 존엄사, 구원.
★ 주절주절 : 압도적이다. 포스터부터! 2012년 웰메이드 독립영화의 첫 신호탄이라는 수식어는 과장이 아니었다는 사실.
5위. 로맨스 조 / 이광국 감독 / 김영필, 신동미 / 로맨스, 멜로
★ 리뷰 : 2012/03/16 - [상실의시대/영화를봤어] - [로맨스 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야기 속으로.
★ 한줄 평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마음이 열리는 만큼 영화를 즐기게 되리니!
★ 키워드 : 다방, 여관, 어쩐지 홍상수.
★ 주절주절 : 부산영화평론가협회에서는 각본상 수상으로 <로맨스 조>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봐줬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보여주는 감칠맛은 말 그대로 '살아있네' 였다. 이런 영화, 진심으로 기다려왔다.
4위. 건축학 개론 / 이용주 감독 /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 멜로, 드라마
★ 리뷰 : 2012/04/04 - [상실의시대/영화를봤어] - [건축학개론] 누구에게나 첫사랑 하나쯤은 있는 거잖아요.
★ 한줄 평 : 무난하게 끌고 가는 멜로.
★ 키워드 : 전람회. 기억의 습작. 첫사랑. 납득이.
★ 주절주절 : 그렇지. 우리에겐 누구나 첫사랑 하나 쯤은 있는 거니까.
3위. 광해, 왕이 된 남자 / 추창민 감독 / 이병헌, 한효주, 류승룡 / 드라마, 시대극
★ 리뷰 : 2012/09/26 - [상실의시대/영화를봤어] - [광해, 왕이 된 남자] 재미, 감동, 명품연기의 삼박자를 고루 갖추다.
★ 한줄 평 : 이건 뭐 흠잡을 데 없는 대중영화의 정석
★ 키워드 : 대종상 15관왕
★ 주절주절 : 천만 관객은 멀티플렉스 독점과 장기상영으로 만드냐는 오명을 뒤집어쓰던 중에, 대종상 15관왕은 <광해>에게 상처 뿐인 영광을 남겼다. '진정한 왕'이 되고자 했던 '광해'가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속이 터졌으려나. 명품연기와 감동, 재미까지 갖췄으니 매끄러운 상업영화로는 이만한 영화가 없었다. 호평을 받을 수도 있었던 <광해>는 대종상 15관왕을 포함, 새롭게 '밉상'도 받았다.
2위. 피에타 / 김기덕 감독 / 조민수, 이정진 / 드라마
★ 리뷰 : 2012/09/21 - [상실의시대/영화를봤어] - [피에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비를 베푸소서. 이들에게.
★ 한줄 평 : 관객에게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라는 김기덕 스타일. 마지막에 만난 라스트 씬의 강렬함.
★ 키워드 : 황금사자상. 라스트 씬.
★ 주절주절 : 내가 이제 김기덕 영화가 불편하지 않다니. 잔혹한 자본주의 속에서 만난 속죄와 구원의 코드. 마지막 라스트 씬의 강렬함은 두고두고 회자 될 듯.
1위.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 윤종빈 감독 / 최민식, 하정우 / 범죄, 드라마
★ 리뷰 : 2012/02/10 -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욕망으로 가득찬 수컷들의 땀 냄새가 진하게 배인.
★ 한줄 평 : 배우 믿고 영화봅니다, 하정우와 최민식이라면요. 어쨌든 그 캐릭터들이 모두 '살아있네' 였더군요.
★ 키워드 : "살아있네", 탕수육, 풍문으로 들었소.
★ 주절주절 : 대부이고 싶었으나, 대부가 되지 못한, 대부가 될 수 없었던 익현을 생각하니 진정 이름 없는 대부, Nameless Gangster라는 이 영화의 영문제목이 와닿는 구나. 한 번뿐인 인생, 이왕이면 '멋지게 살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찬 수컷들의 땀 냄새가 진하게 배인 그런 영화 였달까.
+ BEST 10 안에는 못 들었지만 눈길을 가는 작품들도 많았다. 김일란, 홍지유 감독의 <두 개의 문>, 변영주 감독의 <화차>, 조성희 감독의 <늑대소년>, 이대희 감독의 <파닥파닥>도 개인적으로 후한 별점을 주고 싶었던 작품들이었다는 것.
+ 못 챙겨본 한국영화가 뭐가 있는지 체크해 볼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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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유
2012/12/28 17:13
도둑들만 얼케절케 호주에서도 볼 기회가 있었네요.
한국 영화가 이렇게 많은데 말이죠. ;ㅁ;
나머지 영화는 한국에 돌아가서 보도록 하겠사옵니다.
그나저나 '피에타'가 아닌 '범죄와의 전쟁'이 1위네요..
제가 폭력성이 짙은 영화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괜찮을까용?-
멋쟁이 환유
2012/12/31 16:14
올해는 정말 좋은 한국영화가 많이 나왔죠.^^
피에타와 범죄와의 전쟁 중에 끝까지 고심을 했는데
대중성까지 고려해볼 땐 간발의 차이로 범죄와의 전쟁에게 한 표 줬어요.^^
폭력성이 짙은 영화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다면
음..피에타는 좀 어려우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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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
2012/12/29 01:48
범죄와의 전쟁 못봤는데, 환유님이 최고의 영화로 꼽으셨다니 궁금합니다 *_*
말하는 건축가는. 평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여기저기 많이 보였던듯. -
seungho8011 2012/12/29 15:40
범죄와의 전쟁을 1위로 꼽으셨네요. 저도 범죄와의 전쟁도 재미있게 봤고, 광해도 재미있게 봤어요. 피에타도 볼까 말까 하다가 못 봤는데 그건 나중에 봐야겠네요. 김기덕 감독님의 영화는 아직 좀 어려워요
영화 초반은 미수와 강일의 좌충우돌 만남부터 시작해 이들이 서로의 사랑을 키워가기까지의 과정을 쉼 없이 내달린다. 소소한 재미는 덤으로 따라온다. 중반을 넘어서면 전개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새록새록 사랑을 키워가지만, 사랑의 시작에 불순한 '목적'이 있었던 이유로 이들의 관계는 곧 '갈등'으로 나아가지만, 해피엔딩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선 그 갈등마저 때론 '약'이 된다는 오랜 진리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 모양새다. 소방관과 의사. 생명과 다투며 하루를 보내는 이들이지만, 미처 돌보지 못한 자신의 상처도 스스로 끄집어내기도 하며, 서로에게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존재로 되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슬며시 미소를 짓게 한다.
아쉬운 점도 분명 있다. 가벼운 로맨스 코미디처럼 시작된 영화는 후반으로 흐를수록 묵직하게 흐른다. 감독의 전작 <애자>에서도 비슷한 전개방식이긴 했다. <반창꼬>는 소방관과 의사라는 직업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급박한 상황을 만났을 땐 재난 블록버스터 느낌도 나고, 명랑쾌활한 여주인공 캐릭터에 안 어울리는 종양으로 신파의 느낌도 살짝 얹으려 했던 것 같다. 마냥 웃고 떠들던 영화 초반과의 갭이 생각보다 크다. 중간 중간 깨알 같은 조연들의 활약이 없었다면 모호한 영화가 됐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일단 안도감이 든다. 그런 아쉬움을 차치하고라도 뭐니뭐니해도 빛나는 건 역시 고수와 한효주. 그리고 고수보다 한효주의 재발견에 한 표를 던져본다.
+ 그래서 미수는 수술을 잘 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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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라
2012/12/27 12:14
큰 기대 안하고 있는 영화였는데, 좋은 말씀 해주시는 분들이 제법 있으시더라구요~
보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영화 좋아하는데,
한번 봐봐야겠어요~ㅎ
영화 리뷰 잘 봤습니다!! -
제이유
2012/12/28 17:15
괜찮은 시나리오라는 이야기를 언뜻 들은 것 같은데 괜찮은 평이네요.
고수와 한효주 조합도 나쁘지 않지만, 전 역시 고수와 손예진 조합을 제일 좋아합니다..
그러나 고수는 이미 다른 여자의 남자..흑.-
멋쟁이 환유
2012/12/31 16:19
고수와 손예진이라. 백야행에서 둘이 커플이었던가요??
으흠! 손예진은 지금 <타워>에서 열연중이더라고요. ^^
<반창꼬>도 그렇고 <타워>도 그렇고 모두 소방관들의 이야기이고요.
재밌네요. ㅋㅋ 아마 <반창꼬> 보시면.. 한효주가 블링블링 할겁니다.ㅋ
저도 고수가 결혼했다는 얘기를 얼마 전에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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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을 잡아봐. 넌 모험을 떠날 수 있고.
아이돌 포스
잊고 지낸 중간계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 <호빗:뜻하지 않은 여정>이긴 했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아쉬움이 좀 많은 영화였다. 난쟁이들이 왕국을 뺏기게 된 과정이야 이 모험의 궁극적 목적이면서 이야기의 전개상 필요한 부분이니 그렇다 치고라도, 난쟁이들이 빌보의 집에 들이닥쳐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빌보의 정신을 빼놓는 앞 부분은 과감하게 다듬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안락한 생활을 하며 지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집 밖에 있다'며 사서 고생길을 택하기까지 빌보의 심경변화에 난쟁이들의 지랄맞은 하룻밤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험난한 여정을 예상하고 있던 관객들에겐 초반부터 뜻밖의 지루함을 안겨주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었던 듯 하다. 그래서 정말 <호빗:뜻하지 않은 여정>이 지루한 줄 아느냐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뒷 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단 뜻이고 트롤과의 격돌부터 이어지는 험난한 예정은 이후에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 지 모를 정도로 스펙터클하게 이어진다. 우리가 <호빗>에 걸고 있던 기대가 그만큼 컸던 얘기 아니겠는가. 아무튼 스톤 자이언트가 격하게 흔들어놓더니 스피드하게 이어지는 고블린 왕국에서의 추격, 손에 긴장감을 안겨주었던 오크족 두목 아조그와의 대결까지 그야말로 '야! 재미난다!'.
미친 존재감 인증
이왕이면 저멀리 보이는 에레보르에 내려주면 좀 좋나. 아무튼 에레보르 근처에 도착한 빌보와 난쟁이족들의 훈훈함! 어째 이야기가 여기서 끝은 아닌데 싶어 자꾸 시계를 들여다 보는 사람이 여기 저기서 눈에 띈다. 모르고 왔는가 본데 이 영화, 3부작이다. 이제 막 공공의 적 '스마우그'가 황금 더미 안에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맞다. 진짜 여정은 이제부터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또 다시 1년의 기다림이 시작된다. 그리고 여지껏 그래왔던 것 처럼 이 기다림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그렇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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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레미제라블>이라는 이름보다 <장발장>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레미제라블>을 만나고 왔다. 오래 전, 원고지에 써내려간 '장발장'에 대한 독후감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이후로 다시 책을 읽어보진 않았으니, <장발장>에 대한 나의 기억은 '빵과 은촛대' 정도로만 남아있었다. 왠걸, 영화를 통해 접한 장발장의 파란만장한 삶을 제대로 다루기에 러닝타임 2시간 38분은 부족해 보였다.
빵 한 조각을 훔쳤다는 죄로 19년 동안 감옥에서 복역한 뒤 풀려났지만 장발장(휴 잭맨)은 '극히 위험한 자' 라는 낙인이 찍힌 범죄자 신분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분노한다. 추위와 배고픔에 떨던 자신에게 밥과 쉴 곳을 주었던 성당에서 몰래 은촛대를 훔쳐 달아나다 잡혀 돌아온 장발장에게 미리엘 주교는 왜 다른 은촛대는 가져가지 않았냐며 오히려 그를 감싼다. 주교의 따뜻한 자비에 감화된 장발장은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정체를 숨기고 '마들렌' 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장발장은 시장이 되어 가난하고 불행한 이들을 도우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장발장은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다가 해고된 여인 판틴(앤 해서웨이)을 만나게 된다. 어린 딸을 위해 사창가에서 몸을 팔고, 머리를 깎이고, 이를 뽑을 수 밖에 없던 그녀의 사연을 알게 된 장발장은 그녀의 딸 코제트를 거두기로 결심하지만, 시장 '마들렌'으로 살아가고 있는 장발장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자베르 경감(러셀 크로우)은 점점 그의 목을 죄어오기 시작한다.
원작은 총 10권, 집필기간만 16년. 사랑, 용서, 자비, 구원, 신념, 정직, 양심, 편견, 관용, 희망, 혁명.. 이 모든 것들이 담겨 있는 빅토르 위고의 원작 <레미제라블>은 카메론 매킨토시의 손을 거쳐 캣츠, 미스사이공, 오페라의 유령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다시 태어났고, 톰 후퍼 감독에 의해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뮤지컬 영화라는 것과 최초로 스튜디오가 아닌 현장에서 배우들의 노래를 직접 녹음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갔지만, 이 정도로 생생한 감동을 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전문 뮤지컬 배우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꽤 후한 점수를 줄 수도 있을 듯 하다(일어나서 박수 칠 뻔).
앞서 이야기 했지만 뮤지컬 영화라는 건 알고 갔지만 극의 중간 중간에 노래가 삽입된 형식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거의)모든 대사가 노래로 전달이 되는 송스루 뮤지컬인 줄은 몰랐다. 폭우 속, 항구에서 거대한 배를 인양시키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영상과 음악으로 시선을 사로 잡았지만, 이어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듯 대사를 하는 것이 처음에는 영 어색했다는 사실. 익숙치 않았지만 곧 적응이 된 나는 미리엘 주교의 손길로 구원받은 장발장이 'Who am I?' 하며 절규할 때부터 이미 울컥하기 시작했고, 이어 판틴 역의 앤 해서웨이가 'I dreamed a dream'을 노래할 때는 이미 마음 한 곳이 저릿저릿 해왔다. 떨리는 눈동자, 불안한 눈빛,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다 느껴질만큼 화면 가득 클로즈업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앤 해서웨이에게서는 한 순간 모든 삶이 나락으로 떨어진 판틴의 애절함과 절박함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아마도 그 장면은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앤 해서웨이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우는 에포닌을 연기한 사만다 바크스. 마음에 품고 있던 마리우스(에디 레드메인)와 코제트(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사랑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에포닌은 삼각관계에서도 불리한 위치의 단역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반면, 기대했던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분한 성인 코제트의 적은 비중은 아쉬웠다. 장발장은 물론이거니와 지켜보는 관객에게도 미친 존재감을 제대로 안겨주었던 자베르 경감 역은 러셀 크로우가 맡았다. 한 번 죄인은 영원한 죄인이라고 믿는 원칙주의자 자베르가 자신이 평생을 지켜온 신념과 정의가 흔들릴 때, 괴로워하며 회의에 빠진 그의 마지막도 꽤 인상깊었다.
영화는 장발장, 자베르, 판틴과 코제트라는 주요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당시 프랑스 사회의 혼란스런 모습까지 담고 있다. 후반은 거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당시 프랑스 사회에 만연한 혁명의 분위기에 더 집중한 듯 해보인다. 사람들이 집에서 쓰는 테이블과 의자, 가구들을 하나하나 모아 쌓아올린 허술한 바리케이트부터 혁명은 시작되었다. 민중 그 자체로 느껴졌던 바리케이트가 총과 칼, 대포로 너무 쉽게 무너졌을 때는 가슴이 아팠지만, 그들이 끝내 다시 쌓아올린 거대한 바리케이트 위에 서서 <민중의 노랫소리가 들리는가_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부를 때는 그 아픔이 저릿한 감동이 되어 있었다. 바리케이트 너머에는 우리가 꿈꾸던 낙원이 있을까, 라며 민중을 위해, 자유와 평등을 위해 죽어간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 우리가 가볍게 말하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는 그렇게 고귀한 희생을 통해서 얻어낸 가치라는 것.
마침 개봉일이 대선 투표일이었던 19일이었고, 개표가 시작될 무렵 <레미제라블>의 상영이 시작되었었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것과 재미있다는 개표방송에 대한 평가가 들려오자 영화 취소하고 집에 가서 개표방송이나 봐야 하나 아주 잠깐 고민을 했더랬다. 개표결과에 대한 궁금함을 꾹 참고 영화에 몰입했고, 재미있게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상영관을 나올 때는 "내가 오늘 같은 날 이 영화를 봤다는 게..."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더 나은 내일 꿈꾸었던 그들의 의지가 고스란히 전해졌기에 나 역시 '더 나은 내일'을 꿈꾸었지만..
아무튼 이 영화 놓치지 말고 스크린에서 꼭 만나보라 권하고 싶다. 뮤지컬과 영화는 최고의 접점에서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었다. 짜임새 있는 뮤지컬을 그대로 옮겨와 영화 그 자체로서 본다면 뮤지컬과의 차별성이 두드러지는 것은 분명 아니지만, 뮤지컬 무대에선 상상할 수 없었으나 스크린 속에서 재현해 낸 거대한 스케일과 클로즈업된 인물들의 얼굴을 통해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화면, 스튜디오 녹음이 아닌 현장에서 배우들이 라이브로 소화한 노래가 주는 전율!! 이 영화가 2012년의 마지막에 등장하면서, 나의 2012년 영화 BEST 순위에 엄청난 변동이 왔다는 사실.
+ 지루할 법한 타이밍마다 등장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두 부부, 사챠 바론 코헨과 헬레나 본햄 카터의 콤비 플레이 빵빵터짐
++ 사위 사랑은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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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은 저도 인상 깊어요. 바리케이트 위에서 노래부르던 민중들. 다시 생각해보게 하네요. 처음엔 대사들이 모두 노래여서 당황했는데 금방 익숙해지더라고요. 정말 최고의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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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와 호날두, 김연아와 아사다마오, 연대와 고대, 애플과 삼성, 한국과 일본,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 HOT와 젝스키스, 라파엘 나달과 로저 페더러, 나이키와 아디다스, 유재석과 강호동...
이 관계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라이벌' 이라는 단어로 함축될 수 있겠다. 부디 이 관계들을 보며 도저히 이 둘을 라이벌 관계로 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없길 바래본다. 이 세기의 '라이벌'들을 머리 속에 떠올리게 만든 김재훈 작가의 책 <라이벌>은 팟 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 중 이동진 DJ가 소개하는 '내가 산 책' 코너에서 알게 된 책이다. '세기의 라이벌들이 일군 동시대 문화 스펙트럼'이라는 책의 소개글이 반가웠는데, 말 그대로 현대 문화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라이벌'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게다가 읽기에도 부담없는 만화 형태로 되어 있다. 인물을 소개하든, 물건을 소개하든, 그 특징을 제대로 포착해서 그리고 있다. 그림으로 다 표현하지 못한 이야기는 간결한 텍스트가 대신하고 있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반대로 수박 겉핥기 같은 단점으로 생각될 수도 있겠다. 그래도 말풍선 속에 담아놓은 촌철살인의 대사들은 오히려 길고 장황한 텍스트의 나열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주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겠다.
순도 100% 퍼센트 원조 히어로 "슈퍼맨" VS 복수심에 불타는 인간적인 히어로 "배트맨"
예술가의 사랑 "로버트 인디애나" VS 디자이너의 마음 "밀턴 글레이저"
원래 <중앙선데이>에 실렸던 연재물이었는데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단다. 라이벌 관계에 있는 두 인물 혹은 사물을 통해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는 컨셉에 맞게 책장을 펼쳤을 때, 한 눈에 이 라이벌 관계가 들어오도록 한 책의 구성도 흥미롭다. 다루고 있는 주제도 꽤 폭이 넓다. 문화 아이콘, 그래픽 디자인&비주얼 아트, 패션&프로덕트 디자인, 대중매체, 클래식 음악. 다양한 영역에서 여전히 명성이 드높은 라이벌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림과 디자인을 전공한 이력 때문인지 그쪽 분야에 대한 비중이 꽤 크다는 점도 눈에 띈다. 챕터의 마지막 장에 Plus talk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글들을 통해서 문화, 아이콘, 디자인 등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도 있다.
책의 뒷 장에서 이택광 문화비평가는 '라이벌은 겉으로는 경쟁 상대이지만, 동시에 시대정신을 공유하고 있는 동지이기도 하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다양한 '라이벌' 들을 만나다 보면, 그의 말처럼 훌륭한 라이벌을 가진 것보다 더 좋은 창조의 원천은 없다는 사실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예전에는 '라이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늘 부정적인 이미지만 연상이 되곤 했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존재라고 할까. 생존의 측면에서 본다면야 결코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러나 성장과 공존의 측면에서 본다면 라이벌 만큼 나를 동기부여 시키는 존재 또한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치열하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려고 부던히도 애써온 세기의 '라이벌'들 덕에 문화는 또 이만큼 성장해 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복잡한 머리를 식히려 집어 들었는데, 꽤 만족스런 선택이었다.
가장 높은 곳의 별 "메르세데스 벤츠" VS 아주 특별한 2위 "BMW"
붓으로 그린 글자 "강병인" VS 가슴에 새긴 글자 "정병례"
책의 마지막에는 이 책을 쓰면서 지은이가 참고했던 책들, 다양한 문화 스펙트럼에 대한 사고를 확장하기 위해 더 읽으면 좋을 책들의 목록과 간단한 감상도 덧붙여 놓았다. 깨알같은 정보에 감사하며 그 중 나도 꽤 관심이 갔던 책 목록을 옮겨본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존 버거 지음│최민 옮김│열화당
대중문화 속의 현대미술│토머스 크로 지음│전영백 옮김│아트북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전4권)│아르놀트 하우저 지음│반성완, 백낙청, 염무웅 옮김│창작과 비평사
사진에 관하여│수잔 손택 지음│이재원 옮김│이후
20세기 문화 지형도│코디 최 지음│컬쳐그라처
캐리커쳐의 역사│박창석 지음│살림
세계의 아트디렉터10│전가경 지음│안그라픽스
21세기의 디자인 문화 탐사│김민수 지음│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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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
2012/12/16 00:47
그냥 표지와 제목만 보고 마음에 들어서 위시리스트에 넣어놨던 책인데
이렇게 재밌는 것들이 담겨있을 줄 몰랐네요 ㅎ.ㅎ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올해가 가기 전 해야 할 일들 중 하나가 묵혀둔 리뷰 풀기다. 9월에 써두고 발행하는 걸 깜빡 잊었던 리뷰 하나를 풀어본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권 출간 소식이 들려왔다. 제주도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나있던 시점이었다. 제대로 된 여름 휴가도 없었고, 휴가가 있었어도 사정 상 제주도 여행은 좀 더 나중으로 미뤄야 되는 형편이었다. 그런 시점에 제주도를 테마로 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권은 마냥 반가웠다. 자전거 일주로 제주도와 연을 맺고, 그 다음 해인가, 다음다음 해인가. 제주 명예 블로거로 선정이 되어 홍보 포스팅도 작성하면서 매년 제주도를 찾았다. 제주도에 도착해서 둘러보게 되는 곳들도 해가 갈수록 달라졌다. 처음에는 유명한 관광지들을 둘러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고 일주를 하곤 했으니 중산간 쪽은 꿈도 못 꾸고, 해안가 위주로 돌았다. 두 번째 여행 중에 우연히 알게 된 김영갑 갤러리에서 만난 제주의 진짜 모습들은 또 새롭게 다가왔다. 해를 거듭하면서 부터는 제주도의 수많은 오름이 눈에 들어왔고, 중산간 지방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한 여름의 찌는 듯한 자외선을 그대로 받아도 좋을 만큼 오름은 따뜻했고, 푹신했고, 눈물겹게 좋았다. 육지에 사는 내가 저 멀리에 있는 제주도를 그리워하는 건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일처럼 생각되었고. 매년 여름, 제주도로 가기 위해 짐을 꾸릴 때마다 제주도에 아직도 더 둘러 볼게 남았냐고 물을 때마다 제주도엔 내가 아직도 모르는 곳이 너무나 많다는 대답을 하곤 했다. 사람들이 제주도에 가면 어디를 둘러봐야 하냐고 물을 때는 어느 순간부터 잘 알려진 유명 관광지 대신 오름을 추천하고, 숨어있는 제주도 곳곳을 소개하고 있었다. 어느샌가 나도 '제주 허씨'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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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교수님이 이 책은 제주 허씨를 위한 여행 안내서라고 했다. 제주 허씨가 있었나? 고, 양, 부씨 말고도 허씨가 있었던가? 아니, 제주 허씨는 어떤 사람들이길래 교수님이 이렇게 특별하게 언급을 다 하실까 싶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를 출간하면서 '제주도'를 설마 빼놓으실까 하며 오매불망 기다렸던 와중에 이렇게 나와준 것도 감사하지만 누군지도 모를 '제주 허씨' 님들부터 질투하기 시작한 것이다. 몇 장 넘기다 보니, 알게 된 사실. 우리나라 렌터카 자동차 번호판에는 '허'가 붙어 있으니, 교수님이 말한 '제주 허씨'를 위한 여행 안내서란 렌터카를 빌러 제주를 여행하는 육지사람들을 위한 본격 여행 안내서란 얘기다.
관광의 섬, 제주는 잠시 잊자. 널린 수많은 제주 여행 안내서들과 다르게 진짜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 보자. 제주의 문화, 제주의 자연, 제주의 역사, 제주의 사람. 그런게 한 데 어울려 진짜 제주의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 이제 그 모습을 들여다 볼 차례다. 나름 제주도를 많이 다녀봤다고 자부했던 나는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많은 곳들 중 어디어디를 가봤는지 차례부터 들여다봤다. 아뿔싸. 처음에 언급하는 곳 부터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곳이다. 책은 제주답사 루트를 따라가고 있으니 제주에 온 신고식부터 제대로 하고자 하신단다. 그래서 찾은 곳이 와흘 본향당이다, "제주를 지키는 수많은 신께 인사를 하는 것이다." 이 답사가 무사히 끝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미를 가진 일종의 의식 같은 것. 책을 읽었던 나는 교수님이 TV에 출연하셔서 본향당과 소지 이야기를 해주실 때도 또 감동이었는데, 못 보신 분들은 꼭 챙겨보시길 바란다. [MBC TV '놀러와' 408회(2012.11.05), 409회(2012.11.12)]
남도 답사 1번지는 해남과 강진이라면, 교수님이 꼽으신 제주 답사 1번지는 조천과 구좌란다. 나와 제주 여행을 한 추억이 가장 많은 민자씨에게 책의 구절을 기분좋게 읽어줬다. 우리가 감탄하고 반했었던 조천과 구좌의 풍경들이 스쳐 지나간다. 사랑해 마지않는 에메랄드 빛 바다, 포근한 오름들이 옹기종기 어우러져 있는 조천과 구좌. 교수님도 같은 곳을 제주 답사 1번지로 꼽으시니, 괜히 으쓱해지는 것이다. 나도 그 곳 알아요, 하는 유치한 아는 척 같은 것!
유홍준 교수님 옆에 찰싹 달라붙어 답사를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제주도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문화, 역사적인 설명이 덧붙여지지 않았다면 그저 '좋은 느낌'이 있었던 곳으로 기억되는 것으로 끝났을 수도 있는 곳들을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가보았으면서도 미처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기대가 한층 부풀었음은 물론이다. 오래 두고 곱씹으며 기억하고 싶은 제주를 만났다. 그런 제주를 기대한다면, 이 책이 어떤 여행 가이드보다 훨씬 도움이 되어줄 것임에는 의심할 바 없다. 아. 그 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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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토
2012/12/15 01:48
문화유산답사기가 무려 7권이나 나왔군요! 그동안 무심했더니..;;;
제주도편은 꼭 읽어봐야겠어요.. 지난번에는 온가족이 가긴 갔었는데 돌도 안된 조카가 있어서 답사는 커녕 관광도 거의 안했어요;;-
멋쟁이 환유
2012/12/17 01:28
제주도는 워낙 둘러볼 곳이 많지만,
저도 제주도에 자주 갔으면서도 미처 보지 못한 곳이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다른 편들도 좋지만 제주도편은 제주도를 애정하는 1인으로서 강추하고 싶은 책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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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무겄냐 2012/12/17 00:14
정말 아는만큼 보이는 것 같네요.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간 제주도는,, 솔직히 기억에 남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그냥 일출봉?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안나네요. 거기 갈 때 바람이 엄청 불었다는 것 정도 밖에는요.
다시 한번 정말 가보고 싶네요. 이번엔 제대로!-
멋쟁이 환유
2012/12/17 01:30
성산일출봉 이군요. 올라가는 길도 굉장히 가파르고 바람도 많이 불지요.
제주도에는 작정하고 관광명소로 만든 박물관 등등 구경할 곳도 많지만
제주도만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숨겨진 명소들도 참 많더군요.
기회가 되신다면 나중에 오름에 꼭 올라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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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의 진한 맛만 찾는 내가 가끔 달달한 카라멜 마끼아또를 찾을 때가 종종 있다. 마음이 꿀렁꿀렁한 날, 도무지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런 날, 안그래도 겨울이라 짧은 해가 채 닿지 않고 사라져 버리는 것 같은 그런 날. 읽으려고 한 쪽에 쌓아두었던 책 중에 눈길이 끄는 표지가 있어 일단 가방에 넣고 나왔다. <사랑을 배우다>라는 제목보다 은근한 파스텔톤 컬러의 세로 스트라이프 표지가 더 눈길을 끌었던 이상한 첫 느낌. 달달한 카라멜 마끼아또를 앞에 두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조금씩 사랑을 배운다. 그리고 조금씩 인생을 배운다". 책장을 넘기고 처음 만난 문장을 곱씹어 본다.
사랑에 대해 A부터 Z까지 완벽하게 마스터 시켜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제목과는 달리 책은 다양한 사람들이 빚어낸 다양한 사랑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어떤 사랑은 마냥 행복해 보이기도 하고, 어떤 사랑은 감동적이며, 어떤 사랑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하고, 어떤 사랑은 위태위태하기도 하다. 그 다양한 형태의 사랑들이 특정한 하나로 규정될 수 없는 사랑의 변주들이고, 그래서 오랜 세월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노래해 올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의 인생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 위기를 탈출 할 수 있고, 방향을 잃었을 때 등대를 찾을 수 있으며, 온갖 비난과 뜬소문에 상처받았을 때 용기를 얻는 법. 이 책은 울퉁불퉁한 가시밭길 인생을 살기 위해선 우리는 '사랑'이라는 따뜻한 옷을 입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기 실린 다양한 사람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당신의 삶은, 사랑은 어땠는지 돌아보라고 말한다. 사랑을 배우는 방법이란 그런 것이라고.
무라카미 하루키, 키에르 케고르,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밀란 쿤데라... 이름만 들어도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들의 사랑의 아포리즘은 사랑을 막 시작하는 누군가의 수첩에 고스란히 옮겨질 것이고, 프로이트, 헤밍웨이, 조제프와 잔느, 나폴레옹.. 책에 실린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때론 누군가에겐 위로가, 용기가 될 것이다. 감성적인 일러스트가 책의 분위기를 달달하게 만드는 데 한 몫 하는 듯 하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컨대, 나는 여전히 달달한 카라멜 마끼아또보다 씁쓸한 에스프레소가 더 낫다는 생각이다. 나는 너무 달달한 건 못 참겠단 말이지.
상대를 당신처럼 만들려고 하지 말라. 당신에게 사랑을 줄 수 있을 뿐, 생각까지 줄 수는 없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이해일지도 모른다._171p.
지혜로운 사랑이란 그와 나 사이의 공간을 사랑하는 것이다._1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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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비슷하게 생겼으면서도 저마다 다른 부푼 기대를, 혹은 은근한 추억을 담고 있는 여행 가방이 함께 움직인다. 성질 급한 사람은 저 멀리서부터 자신의 가방이 눈에 띄면 얼른 달려가 낚아채기도 하고. 내 앞까지 오는 시간 동안 기다릴 여유가 있다면 조금은 천천히 내 앞의 사람들이 자신의 가방을 찾아 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괜찮겠다. 낯선 곳으로의 도착도, 익숙한 곳으로의 도착도 그렇게 같은 풍경으로 시작된다. 이 책의 표지도 그랬다. 빨간색과 파란색 사선 무늬가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그려져 있고, 그 위엔 이런 저런 모양의 가방 그림이. 어렸을 때 집으로 배달되어 온 국제우편봉투를 손에 들고 꼬부랑 글씨를 들여다보던 그 낯설음과 묘한 설레임이 교차했던 시간들로의 회상.
++
은희경, 이명세, 이병률, 백영옥, 김훈, 박칼린, 박찬일, 장기하, 신경숙, 이적.
이름만 들어도 절로 '아는 척'을 하고 싶어지는 열 명의 명사들이 여행을 떠났다. 모두 함께 떠나는 여행은 아니고, 각각. 한 명이 떠나고 돌아오면 바통을 이어 받아 다음 사람이 떠났고, 그렇게 총 일 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단다. 그들의 여행길엔 이병률 시인이 함께 동행했고, 카메라에 그들의 모습을 남겼다. 정작 혼자 떠난 이병률 시인의 글에선 유일하게 인물 사진을 볼 수 없기도 하다. 에이. 셀프 컷이라도 남기지, 라고 생각했다가 이내 생각을 고쳐먹는다. 나 역시 스마트폰을 들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나를 향해 렌즈를 비추지만, 내가 원하는 각도와 내가 원하는 표정대로 '연출'한 사진은 어쩐지 밋밋하다. 반칙같고. 카메라를 응시하든, 그렇지 않든 오롯이 누군가의 시선으로 담긴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을 들여다보며, 찰나의 그 '순간'을 떠올리는 일이 갖는 매력은 사실 비교할 거리가 못 되긴 하지. 어. 간만에 삼천포.
+++
소설가. 영화감독. 시인. 뮤지컬 음악감독. 셰프. 뮤지션. 다양한 직업군만큼이나 다양한 여행이었다. 떠난 목적도, 떠난 곳도 제각각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러, 추억을 찾으러, 휴양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이미지를 찾으려, 좋아하는 공연을 즐기러. 그 곳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써내려갔다. 언어화 된 열 개의 추억이 읽는 내게 고스란히 전해져 왔고, 나는 천천히 음미하며 읽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은희경 작가의 글을 처음으로 읽었고, 마지막으로 백영옥 작가의 글을 읽었다. 취사선택의 기준은 '첫 문장'의 느낌. 사실 밝히자면 은희경 작가의 글은 팬심에서 비롯되어 처음 읽은 것이고, 마지막 읽은 백영옥 작가의 글은 첫 문장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제일 마지막으로 읽히는 영광(?)을 얻었다. "한때 홍콩은 내게 왕가위의 도시였다." 가 백영옥 작가의 첫 문장이었다. 그리고 "내게는 무엇보다 장국영의 비련 도시였다"라는 문장이 그 장의 마지막 줄에 씌여 있었다.
++++
노련한 소설가들의 글에선 작가의 개성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간결하면서도 탐미주의적인, 발랄하고 경쾌한, 관조적인 듯 하면서도 따뜻하고 정감어린, 섬세하고 감성적인. 자. 이 수식어들이 누구의 글들에 관한 것인지는 개인 판단에 맡기기로 하자.
+++++
포도밭 언덕을 뒤로 한 쏟아지는 햇빛이 커다란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와이너리의 카페에 앉아 함께 와인을 마시는 상상을, 보트를 타고 이국적인 수상시장을 돌아보며 카메라 앵글을 논하는 상상을, 산타 마을에 도착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편지 더미를 들여다보며 대신 답장을 써주는 상상을, 입천장이 까질 것 같은 뜨거운 밀크티를 마시며 홍콩에서 왕가위 영화를 이야기하는 상상을, 울트라마린블루 해안에 앉아 성능좋은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상상을, 어느 무인도 앞바다에서 지칠 때까지 수영을 하며 이런 곳에서 사는 건 어떨지 파란만장 은퇴계획을 나누는 상상을, 함께 기차여행을 하며 즐기는 '에키벤'의 매력을 논하는 상상을, 음악에 취해 맥주에 취해 런던과 사랑에 빠지는 상상을, 맨해튼의 어느 거리에서 오페라 티켓을 사기 위해 줄을 서며 기다리는 상상을, 음악을 즐기는 인파들 틈에 끼어 함께 즐기는 상상을.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은희경에게 여행은 "낯선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탄력의 게임"
이명세에게 여행은 "책상을 걷어차고 이미지 만들기"
이병률에게 여행은 "바람, '지금'이라는 애인을 두고 슬쩍 바람피우기"
백영옥에게 여행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도돌이표"
김 훈에게 여행은 "세계의 내용과 표정을 관찰하는 노동"
박칼린에게 여행은 "물이고, 시원한 생수고, 수도꼭지"
박찬일에게 여행은 "좋은 친구와 여행을 떠나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
장기하에게 여행은 "길을 잘못 들어 우연히 타게 된 전철 창밖으로 바라본 풍경이 문득 참을 수 없이 아름다운 것"
신경숙에게 여행은 "친숙한 나와 낯선 세계가 합해져서 넓어지는 일"
이 적에게 여행은 "현실을 벗어나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것,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낯선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는 것"
환유씨에게 여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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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 흔히 말하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위약효과)'라는 게 있다. 실제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속여 환자에게 복용시켰을 때, 실제로 환자의 병이 낫거나 증상이 완화되는 것을 말한다. 이 약을 먹으면 병이 나을 것이라는 환자의 믿음이 증상을 완화시킨 것이다. 실제로 새로운 치료방법이나 약을 개발할 때, 이 플라시보 효과를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기 위해 가짜 약을 투여한 대조군과 진짜 약을 투여한 실험군을 비교해서 그 차이의 유효성을 검증하기도 한다.
반대로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는 게 있다. 플라시보 효과와 반대의 개념으로 쓰이는데, 적절한 처방이나 약임에도 불구하고 환자 본인 스스로 믿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면 약을 복용해도 잘 낫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말이 이쯤에서 나와줘야 할 것 같지 않은가. 어떻게 믿느냐에 따라 정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만 봐도 말이다.
요즘 들어 행복, 힐링, 긍정. 이런 단어들을 심심찮게 자주 보게 된다. 높아진 삶의 기준치에 닿고자 부던히도 애를 쓰는 만큼 상대적으로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정신적 풍요에 대한 갈증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행복'을 책으로 배우는 건, '사랑'을 책으로 배우는 것 만큼이나 우습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니, 어쩌다 우리가 행복마저 책으로 배워야 하는 상황까지 됐을까.
그런 사람들을 위해 쏟아져나오는, '행복해지는 법'에 관해 이야기 하는 많은 자기계발서들을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당신의 사고를 바꾸세요." 간단하다. "이왕 바꾸는 거 긍정적으로 바꾸세요." 세상이 달라 보일겁니다, 하고. 자연스레 '플라시보 효과'와 '노시보 효과'가 생각난 것도 그 때문이다. 앞으로 벌어질 일 뿐만 아니라 이미 벌어진 일, 주어진 환경을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계속해서 그 비관과 좌절 속에서 허우적 대던지, 이 위기와 고난을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던지. 어느 쪽을 선택하던 그 책임이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는 것은 기억해 두자.
반대로 눈길을 끄는 제목이 달린 이야기들도 있었다. 내 본연의 모습으로 살고 온라인 상에서 본 다른 사람들의 삶과 비교해서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이야기였던 '페이스북 사진에 현혹되지 말아라',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에 비추어 (인간관계든 뭐든)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이야기였던 '맛을 보기 전에 소금을 치지 마라', 습관화로 인해 주변 사물들에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음을 경계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내 삶과 인간관계를 새롭게 보라는 이야기였던 '삶이 빛바랜 벽지처럼 되지 않게 하라',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도 그런 가운데서도 기뻐할 만한 무언가를 찾아 마음가짐을 변화시켜 보라는 이야기였던 '야구 주자가 홈을 향해 달리듯 살아라' 등이다.
원래는 부담없이 야금야금 읽으려던 계획이었지만, 생각 외로 책 읽기가 빨리 끝났다. 밝게 볼수록 인생은 빛난다 했으니 책발에 힘입어 당분간은 긍정의 아이콘으로 지내볼란다. 자, 당신도 Look on the bright 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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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신간평가단 12기 활동은 역시 추천페이퍼로 시작합니다. 신간평가단 활동과 상관 없이 올리려고 했던 <11월에 주목할 만한 신간 소설들> 포스팅 시기를 결국 놓치고 12월로 건너 뛰었네요.
12기 활동을 하면서도 역시 한 달에 다섯 권으로 추천페이퍼를 작성할 예정입니다. 운이 좋으면 제가 추천하는 다섯 권의 도서가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이 되기도 하지만, 선정이 되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도 챙겨보고 싶은 작품들이어서 추천페이퍼를 작성하는 일은 즐겁지요.
생각해보니 이혜경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과작인 작가라 해서 들여다 보니 이 책에는 지난 6년 간 발표한 아홉 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단다. 다작을 해야만 뛰어난 작가인 것은 아니지. 작가 안에 오랫동안 쌓여 있었을 이 아홉 편의 이야기들이 어떤 시간을 거쳐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이 책이 "당신, 괜찮나요?" 라고 내게 물어왔고, 그래서 나는 그에 어울리는 답을 모색하려는 중이다.
이인화 작가의 이름은 개인적으로 낯설지만, 워낙 유명했다는 <영원한 제국>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지인의 말에 힘입어 과감하게 선택을 해봤다. 책 소개글을 보니 이번 작품 <지옥 설계도> 역시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가 단연 돋보이는가 보다. 소설과 게임,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에 빠질 준비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스릴러, 추리, 판타지, SF가 복합된 독특한 '이인화 스타일'은 어떤 것인지 이제 읽으면서 음미해 볼 차례!
현대 문학사에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는 주인공 톰 리플리의 이야기다. 국내 최초로 완역되는 리플리 5부작이란다. 1부 <재능있는 리플리>, 2부 <지하의 리플리>, 3부 <리플리의 게임>이 현재 출간되었고, 4부는 12월에, 5부는 내년 출간을 앞두고 있단다. 한 번 시작하면 5부까지 끝장을 보긴 해야 할텐데. 아무튼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리플리의 심리묘사가 얼마나 디테일하게 그려져있을지 개인적으로 기대가 크긴 하다.
이야기 꾼 황석영이 그려낸 이야기 꾼의 이야기. 등단 50주년을 맞은 작가 황석영이 내놓은 책 <여울물 소리>는 외세와 신물물이 들이치며 봉건적 신분 질서가 무너져 가던 격변의 19세기를 배경으로 이야기꾼 '이신통'의 일생을 뒤쫓는다. 그러고보니 작가의 최근작들은 모두 챙겨 읽었다. <강남몽>, <바리데기>, <개밥바라기 별>, <낯익은 세상>까지. 이번에도 역시 책장은 쉽게 쉽게 넘어가겠지. 천생 '이야기꾼'의 이야기이니까. 그러나 역시 결코 가볍지는 않겠지.
이 책을 소개글을 읽고 추천도서에 올리면서 내가 '똥꼬발랄한 느낌'의 책을 찾고 있었구나 싶었다. 엉뚱하고 독창적인 그런 이야기 말이다. 그래서 주저 없이 이 책을 골랐다. 엽기발랄 괴짜 가족의 좌충우돌 예술사. 주인공 펭씨 부부는 예술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던질 수 있는 극단적 행위예술가란다. 이런 펭씨부부를 '부모'로 두고 살아야 하는 애니와 버스터 남매가 경험하는 '예측 불가능성'의 이야기. 왠지 만만치 않은 삶이 펼쳐질거라는 알싸한 느낌이 전해져 오지만, 일단 그 똥꼬발랄 독창적 느낌 때문에 과감히 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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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통화
2012/12/03 10:39
오 제가 구입한 책도 2권이나 있네요. 전 <지옥설계도>와 <펭씨네 가족>을 구입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있어 아직 책을 펼쳐보진 못했는데, 두 권 다 아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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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유
2012/12/03 23:29
이인화 작가의 <영원한 제국>을 아직 못 읽어봐서 작가 스타일이 어떤지 모르겠어요. 재밌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어서 <지옥설계도>도 일단 기대하고 있는 중인데요. 저도 이 다섯권 중에 고르라고 한다면 일단 이 두 권이 가장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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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공부엔 끝이 없는 것 같네요.
이 책 아직 사놓고 못 읽고 있네요..ㅠㅠㅠ